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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가짜 여부, 관련자 양심선언 하라

[편집국에서] '증도가자' 위조 논란을 보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편집국장]  지난 28일 언론에는 직지보다 앞선 '증도가자'세계 최고 금속활자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서기 1239, 고려 시대 제작된 보물 제758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찍을 때 쓴 금속활자를 책 이름을 따서 '증도가자'라고 하는데 이 '증도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활자로 밝혀졌다는 보도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해 6월부터 6달 동안 학계 전문가 32명이 참여해 '증도가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109개 활자를 검증했고 이의 진위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 결과 22개 활자의 탄소연대측정에서 1033년에서 115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학술보고서에서 밝힌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 '증도가자' 일부를 분석한 결과, 고려시대 활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놔 진위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활자들을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분석했는데 눈으로 봐도 표면이 벗겨져 나간 부분에 서로 다른 색깔이 나타나났으며, 이러한 이중구조가 청동을 녹여 만드는 금속활자에서는 나타날 수 없기 때문에 고인쇄박물관의 활자 7점이 위조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의 해명, 국과수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어 

 

   
▲ 가짜 논란에 휩싸인 '증도가자'

이렇게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급히 해명자료를 내놓고 국과수 결과만 가지고 진위여부를 판명할 수 없으며, 이 진위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떤 언론은 문화재청이 '증도가자'가 진짜라고 결론 내린 산하기관 국립문화재연구소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 '증도가자'20109월 세상에 알려진 뒤 5년이 되도록 문화재 지정 여부는 안개 속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조사·연구와 학술 발표 등을 통해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지만 문화재 지정 여부의 결론을 내지 못하다 이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일본의 구석기 유적발굴 위조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일본은 지난 200010월 일본 전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 유적 발굴 소식으로 열광한 적이 있었다. 50만 년 전의 지층에서 전기 구석기 유물이 대거 쏟아져 나와 인류 주거 역사의 상한선을 10만년 이상 끌어올렸다고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1981년부터 수많은 발굴 성과로 '신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가 직접 유물을 묻는 모습이 폭로되면서 최고의 발견은 최악의 사기사건으로 추락했다. 

누구든 실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일본의 구석기 유적발굴 위조사건은 실수가 아닌 조작한 것이기에 큰 꾸짖음을 받은 것이다 

하루 빨리 거짓 위조 여부를 가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

만일 우리의 이 '증도가자' 사건도 누가 고의로 조작했다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 콤플렉스에 빠져 무리수를 두는 일본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전통문화의 강국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다. 더구나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가진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대서야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문화재청은 어정쩡하게 넘어갈 생각 말고 하루 빨리 그 거짓 여부를 가려 이 '증도가자'가 위조인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에게 분명히 사과하고 관련자를 가려내 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수습하면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듯 전화위복이 될 수 있지만 논란이 사그라질 때까지 눈 감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물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게 될 것임을 문화재청은 명심해야만 한다. 그리고 '증도가자' 가짜 논란에 관련 있는 사람은 양심선언으로 그 잘못을 용서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