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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 년 전 백제계 교카이 스님이 지은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

[맛 있는 일본 이야기 32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인 9세기 초에 만들어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집이 있는데 그 이름은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日本國現報善惡靈異記》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日本國現報善惡靈異記》

“나라(奈良)지방의 한 마을에 다데하라도라는 절이 있는데 이 절에는 영험한 약사여래불이 있었다. 때마침 이 마을에는 눈먼 과부가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이 모녀는 생활이 너무나 어려워 끼니를 잇기조차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모녀는 그대로 앉아서 죽느니 약사여래불에 가서 기도라도 드리다 죽을 요량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절로 향했다.

그러나 남루한 행색으로 약사여래불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절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도를 할뿐이었다. “제 목숨은 아깝지 않으나 제 딸아이의 목숨이 안타깝습니다. 한꺼번에 두 명이 죽을 지경이니 바라옵건대 제 눈을 뜨게 해주시옵소서.”라고 빌었다.

여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약사여래불이 있는 절을 향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그때 절에서 이 모습을 보던 관리인이 나와 이 모녀를 약사여래불상으로 안내하였고 이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나무로 만들어진 약사여래불상의 가슴 쪽에서 복숭아 진액이 나왔다. 아이는 눈먼 엄마의 입에 이것을 집어넣어 주었는데 달콤한 것을 삼키자 갑자기 두 눈이 번쩍 뜨였다."

 

   
▲ 천여 년 전 백제계 교카이 스님이 설화집을 지은 일본 나라에 있는 약사사(藥師寺)

《일본국현보선악영이기》에는 이러한 불교 영험을 알리는 설화에서부터 당시 시대상을 엿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상중하 3권에 모두 116화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는 고구려와  백제 스님과 관련된 고대 한국관련 설화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책을 지은 나라(奈良) 약사사(藥師寺) 승려 교카이(景戒) 역시 백제계 가문의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01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누구라도 천 년 전 일본의 설화를 손쉽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