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가장 오래된 한글 붓글씨가 경기도 고양시 원각사(주지 정각 스님)가 소장하고 있는 불교 경전 《능엄경(楞嚴經)》 에서 발견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동국대의 지원을 받아 문헌 집성 작업을 하고 있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에 따르면 이번 확인된 한글 붓글씨는 1461년 이전에 쓴 것으로 추정되어 가장 오래된 한글 붓글씨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본은 1464년에 쓴 ‘평창 상원사 중창권선문’이다. 서지학자인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이번 원각사 소장본은 ‘능엄경’을 한글로 옮겨 1461∼1462년 펴낸 국보 제212호 《능엄경언해》의 초고”라고 설명했다.
▲ 가장 오래된 한글 붓글씨가 발견된 원각사 소장《능엄경(楞嚴經)》
원각사 《능엄경》은 1401년 당시 태상왕(太上王)이던 태조의 명으로 펴낸 것으로 본문에 없는 주석을 한글이나 한문으로 써 놓았고, 붓으로 토씨, 어미 따위를 붙여 한문을 우리말로 읽는 방법을 표시했다. 잘못 쓴 부분에는 종이를 붙여 교정한 흔적도 발견됐다. 정재영 교수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능엄경’을 우리말로 번역해 만든 ‘능엄경언해’의 번역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 책을 토대로 ‘능엄경언해’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경문과 풀이 부분, 주석에 있는 한글은 능엄경 언해와 내용이 비슷하지만, 원각사 능엄경에는 한문으로 쓰인 부분이 언해본에는 한글로 돼 있는 점으로 미뤄 원각사 능엄경이 언해본보다 오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원각사 능엄경의 필사본 서체와 능엄경 언해의 활자 서체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원각사 능엄경의 한글 글씨는 가느다란 붓을 이용해 초서체로 썼으며, 반치음(ㅿ)과 옛이응(ㆁ)이 남아 있는 점이 특징이다.
‘능엄경’은 중생 누구라도 자신이 지닌 불성의 씨앗을 수행을 통해 갈고 닦으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당나라 때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을 송나라 승려 계환(戒環)이 주석을 단 것이 고려 때 한국에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