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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 찾아 30년 헤맨 어머니와 동대사 백제스님 ‘양변’

[맛 있는 일본이야기 341]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나라의 역사 깊은 큰 절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를 세운 스님은 백제스님 양변(良弁, 로벤)이다. 양변스님을 흔히 ‘매가 키운 스님’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이에 대한 스님의 재미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오우미국(近江國) 백제씨(百濟氏) 출신인 스님이 어렸을 때 일이다. 양변스님 어머니는 뽕 밭일을 하기 위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밭으로 나갔다. 아들을 뽕밭 한켠에 두고 뽕잎을 열심히 따고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매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빙빙 돌더니 어린 아들을 물고 가는 것이 아닌가!

놀란 나머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매를 넋 놓고 쫓아갔지만 허사였다. 어린 아들을 물고 간 매는 동대사 이월당 삼나무에 걸어놓고 가버렸다. 한편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사람은 당시 승려의 최고 직책을 맡고 있던 았던 백제계의 의연(義淵)승정이었다. 그때부터 양변스님은 의연승정의 제자가 되어 수행을 쌓은 뒤 동대사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마침내 초대 주지 직에 오른다. 이러한 이야기는 일본 최초의 불교통사인 《원형석서》를 비롯한 《곤쟈쿠이야기》 등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 어린 아들(양변스님)을 매가 물어가는 장면

 한편, 어린 아들을 뽕 밭에서 잃은 양변스님 어머니는 아들을 찾기 위해 그로부터 정처 없이 떠돌이 길에 오른다. 양변스님 어머니는 아들을 찾기 위해 무려 30년을 하루같이 전국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동대사 근처에 와서 마을사람으로부터 동대사 주지스님이 매가 물어온 아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가 꿈에도 그리 모자상봉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유명한 인형극인 죠루리(淨瑠f璃)의 단골 주제인 죠루리기다유(淨瑠璃義太夫) 2절에 ‘이월당 양변스님의 유래’라는 이름으로 오늘날도 자주 무대에 오를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월당(二月堂)이란 동대사 안에 있는 작은 가람으로 마당가에는 당시 양변스님을 매가 물어다 걸쳐놓은 삼나무가 있다.

비록 천여 년 전 일본 이야기이긴 하지만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30년을 찾아 헤맨 어머니의 모성이 짠하게 느껴진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은 시공을 초월한 일이건만 요즈음 한국에서는 일부 부모들이 자식을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심지어는 자식을 살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여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