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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어민과 해녀의 안녕을 빌었던 제주 칠머리굿당터

벽화와 표지석으로 남은 제주인들의 삶과 신앙

[우리문화신문 =이한영 기자]

 

















검은 머리 풀어헤친

검푸른 바다

노한 해신 잠재우고

뱃사람들 무사히

만선의 풍어를 빌던 곳


자그마한 돌비석 하나로

영화롭던 옛 전설을 다

전할 수 있을까?


고개 들어 바라다본 항구엔

크루즈 한척이

초여름 더위를 식히고

칠머리당터 

주택가 길목엔

춤추는 할배 혼자

벽화속에서 춤추고 있다.    -전현숙 ‘칠머리당터’


 제주도 건입동에는 칠머리 굿이 벌어지던 ‘칠머리당 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제주연안여객터미널 바로 앞 언덕으로 ‘올레18코스’가 이어지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어부와 해녀들의 무사 안녕과 선주들의 바닷길이 무탈하도록 빌던 곳으로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에 영등신을 맞이하고 14일에 영등신을 보내는 '영등굿'이 행해지던 곳이다.


하지만 칠머리당은 항만공사로 터를 잃고 전전하다 지금은 사라봉에 신석(神石)을 모시고 영등굿은 문화재전수관에서 치르고 있다.


이 보다 앞서 칠머리당은 건입포구 칠머리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경제수탈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가 건입포구 일대에 고구마를 주원료로 하는 주정공장을 세워 일본병참본부에 항공기 연료로 납품하고 제주 주둔 일본군 자동차 연료로 공급했다. (2008.2 제주시 건입동 주민자취위원회 빗돌 참고)


올레 18길을 걸으며 옛 주정공장터와 칠머리당터 그리고 올레길 주택가 담벼락에 그린 칠머리굿 장면의 벽화를 보면서 많은 상념에 젖어본다. 옛 사람들의 신앙과 삶의 흔적이 한때는 일제강점기의 주정공장으로 그리고 이후에는 아파트와 항만시설 등으로 더 이상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그 자리엔 작은 빗돌만이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초여름 길목, 까만 대리석의 빗돌 넘어 항구에는 뭍으로 떠날 대형 크루주 한척만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500년 이상 이어져온 제주민들의 민속신앙으로 1980년 11월 17일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었고, 2009년 9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