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 이 달 균
임 떠난다고 울지 마라
봄 간다고 아쉬워 마라
절집에 남은 것은
탑 하나와 당간지주
돌 하나
바다에 던져
그 깊이를 잰다
보원사지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앞에 서면 그 중심에 삼층석탑이 보인다. 탑신에 자세히 눈길을 주면 노련한 석공의 솜씨가 잘 드러난다. 아래 기단 옆면에는 12마리의 사자상을 새겼고, 위 기단 옆면에는 팔부중상(八部衆像)을 2구씩 새겼다. 절터의 규모는 상당해 보이는데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들은 사라지고 없다. 빈 절터엔 4t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석조(보물 제120호) 하나가 있는데 많은 스님이 기거했음을 짐작게 한다. 잘생긴 석탑 하나와 미려하게 지탱해 온 당간지주만 있어도 융성했던 절의 모습은 그려볼 수 있다. 기러기 한 마리로 천리 하늘의 길이를 잰다고 하지 않던가. 마음의 눈을 말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몇 개의 유물로 당시를 상상해 볼밖에. 작은 키로 어찌 바다를 잴 것인가. 그저 돌 하나 던져 그 깊이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