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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갈등 속 아세안의 의미를 규정한 《아세안의 시간》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심의실장, 뉴욕대학교 경제학 박사)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지만 정부 또한 투자를 한다. 정부는 인프라를 건설하고 장기 경제성장에 필요한 교육 및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미래 세대에 빚을 남기지 않겠다는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아세안 국가들은 재정수지가 적자이며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저개발국에서 재정수지 적자가 많다.”(115p.)  

 

《아세안의 시간》은 1991년부터 20년 이상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기업의 동남아진출을 연구했던,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경제통계학부 박번순 교수가 자신의 연구들을 집약해서, 이 책의 부제처럼 ‘동남아시아 경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그려냈다. 비교적 쉽게 쓰였지만 수치 비교가 많이 나오는 전문적인 지역연구서이다.  

 

 

머리말에서 우리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 고소득국에 진입하고 민주화를 이루는 기간 동안 우리 경제의 주요 교역국들의 변화를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우리 경제에 있어 아세안의 위치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를 따라가 보는 게 어쩌면 이 책에 대한 좋은 소개가 될 것이다.  

 

우리가 1960년대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을 시작했을 때 주요시장은 미국과 일본이었고 1971년 총수출의 50%가 미국행이었다. 70년대 후반 2차 석유위기로 우리 경제는 외채위기를 겪었지만, 당시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이 주도한 플라자합의로 엔고가 되자 다시 기회를 얻었다. 1990년대 한중수교 이후 교역 급증으로 대중(對中) 수출이 1992년 3.5%에서 2018년 26.8%까지 도달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우리경제의 주요 교역국이 됐다. 

 

 이에 비해 동남아 주요국은 1980년대 이전에는 우리 경제와 특별한 보완관계가 없었지만, 1980년 후반 한국의 민주화 영향으로 임금이 인상되자 한국기업들이 동남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對)아세안 수출의 총수출 비중도 1987년 4.3%에 불과했지만 1996년에는 15.7%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태국발 외환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전염되면서 아세안 경제가 역동성을 잃었고 우리도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다.  

 

그 후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이 우리 기업들에게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고,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은 정체되었다. 1992년 베트남과의 수교로 베트남이 新시장으로 부상했지만 2005년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총수출의 9.6%까지 감소했다.  2010년 이후 베트남의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베트남이 중국의 보완시장 내지 대체시장으로 부상했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우리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기업의 급속한 기술추격에 대한 우리기업의 대응이란 측면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아세안에 대한 수출비중은 2010년 11.4%에서 2018년 16.6%로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넘어섰다.  지금 아세안에는 한국, 대만,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업들이 진출해 경쟁하고 있는데 중국의 점유율이 한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높은 20%를 상회한다. 연간 3천 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아세안을 찾고,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그램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역내 국내 혹은 국가 간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아세안 국가에 지원하고 있다.  

 

아세안은 2017년 기준, 세계에서 인구 3위, 경상GDP 6위, 상품수출 4위, 상품수입 3위로 이제 1인당 GDP가 4천 달러를 갓 넘은 중진국 통합체이다. 저자는 아세안 국가들이 1인당 GDP 1만 달러까지는 무난하게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우리에게 아세안의 “의미”는 미중갈등에 따른 국제무역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최소한의 시장을 제공해주는 데 있다고 본다.  지역연구자는 전공 지역의 중요성이나 장점을 과장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앞에서 인용한 문장에서 보듯이, 아세안의 명암을 모두 드러내려는 절제를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는 고객인 ‘남들’의 필요를 잘 파악해서 경쟁자들보다 그들을 더 잘 만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들로부터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가 선택받게 해야 성공하는 체제이다. 아세안으로부터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가 선택받고 그들이 기꺼이 우리 기업의 주문을 잘 실행케 해서 우리가 성공하려면, 문화, 역사, 정치,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남들’인 아세안에 대해 더 깊숙이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책은 시장경제의 그런 필요에 따라 세계 교역의 무대에서 우리가 더 잘 만족시켜야 할 ‘남들’의 하나인 아세안의 경제에 대해 우리가 알아가기 위해 쓴 개척자적 저술이다.

 

서평 : 김이석 (아시아투데이 논설심의실장, 뉴욕대학교 경제학 박사)

《아세안의 시간》, 박번순 지음, 지식의날개 

 

<자료제공: 국회도서관. 금주의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