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기아 체험 행사를 보며 ‘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굶주릴까?’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세계적 환경과학자 바츨라프 스밀은 인류가 30% 이상의 식량을 과잉 생산하는데, 8억 명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분석한다. 왜 인류가 특정 동식물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역사적 사례를 토대로 차근차근 짚어내며, 현대 사회의 식량 낭비와 불공정한 분배, 비효율적 유통이 어떻게 기아를 심화시키는지 그 구조적 모순을 통계와 데이터로 명쾌하게 해부한다. 더 나아가 배양육(줄기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키워서 만드는 살코기), 유기농과 같은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며, 무엇을 먹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이 책은 식량 과잉과 기아의 공존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며, 개인과 공동체, 정부 모두의 책임 있는 참여를 촉구한다. 식량문제와 환경, 지속가능성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세종마루출판사는 광복 80돌을 맞이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된 한국광복군의 모든 기록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철학자로 성장한 조승옥 박사는 군과 학문을 아우르는 오랜 연구를 통해 그동안 단순한 상징으로 여겨졌던 광복군의 실체를 풍부한 사료와 치밀한 분석으로 되살려냈다. 이 책 《국군의 뿌리, 한국광복군》은 1940년 중국 충칭에서 광복군 총사령부가 창설되는 순간부터 시작해 연합군과의 합작 훈련, 국내 정진군 파견 계획, 여성 광복군의 활약, 해방 이후 국군 창설 과정까지 폭넓게 다룬다. 임시정부 군무부의 활동, 지청천ㆍ이범석ㆍ김원봉 등 주요 지휘관의 행적, 그리고 6·25 전쟁에서 광복군 출신 장교들이 보인 활약상까지 세밀하게 서술하며, 국군의 뿌리와 정통성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대한 학문적 해답을 제시한다. 광복군의 활동 무대는 충칭, 시안, 상하이, 난징, 그리고 OSS와의 합작 훈련이 이뤄진 인도와 미얀마 전선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다양한 사료와 회고를 바탕으로 군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인간적 면모까지 조명한다. 낯선 땅에서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향한 신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고유어 땅이름들은 한자어로 바뀌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일정한 기준 없이 뜻이나 소리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본래의 아름다운 의미가 흐려진 것이다. 예를 들어, 밀양은 '미르벌', 곧 ‘물이 질펀한 들녘’을 뜻하는 토박이말이었다. 섬진강은 '모래여울', 흑산도 사리 마을은 '모래미'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다. 목포의 다순구미 마을은 '볕이 따스한 후미진 곳'이라는 뜻의 고유어 이름이었지만, 현재는 온금동이라는 한자 이름으로 불린다. 유달산을 등지고 바다를 향한 남향받이 마을로서 햇빛과 별, 달의 빛을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늦게까지 그 속에 잠기는 지형적 특성이 한자화되며 땅이름에서 사라진 사례다. 이 책은 익숙한 땅이름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밝혀내며 이 장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땅이름이 단순한 위치 정보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품은 문화유산임을 일깨운다. 우리 땅을 따라가며 그곳을 스쳤던 사람들과 문화를 더듬어 나가는 여행. 《지명발견록》과 함께, 아름답지만 잃어버린 땅이름들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인문학 탐방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