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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마리의 용트림, 귀룽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60]

[우리문화신문=글ㆍ사진 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귀룽나무[학명: Prunus padus L.]는 장미과의 ‘낙엽 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다. 줄기껍질이 거북(龜)의 등 같고 줄기와 가지가 용틀임(九龍)하는 것 같아서 구룡(龜龍)나무며, 꽃 핀 모습이 구름 같다고 ‘구름나무’라고도 한다. 다른 이름으로 귀중목, 구름나무, 귀롱나무, 구룡나무, 귀롱목 등이 있다. 영명은 ‘European bird cherry’다. 공원수로 심으며, 목재는 가구재, 조각재, 기구재, 공예용으로 이용한다. 어린가지는 약용하고, 어린순과 열매는 식용한다. 꽃말은 ‘사색, 상념’이다.

 

 

귀룽나무 전설이 전해오는 치악산 구룡사

 

귀룽나무 전설이 전해 온다. 치악산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재위 시 의상이 창건했다. 원래 지금의 절터 일대는 깊은 못으로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는데 절 창건을 방해하므로 의상이 부적 한 장으로 용들을 물리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절 이름을 구룡사(九龍寺)라 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 중기에 사세가 기울어지자 어떤 노인이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에 절의 기가 쇠약해졌으니 그 혈을 끊으라”라고 하여 거북바위 등에 구멍을 뚫어 혈을 끊었다. 그럼에도 계속 사세가 쇠퇴하였기에 거북바위의 혈을 다시 잇는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구룡사(龜龍寺)로 부르기 시작했다 한다.

 

대웅전과 지장전을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응진전 뒤쪽에서 그윽한 꽃향기가 풍겨왔다. 고개를 들어 산자락을 살피자 뭉게구름처럼 꽃을 피워 올린 귀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른 봄에 피는 흰 꽃이 구름을 연상케 할 정도로 풍성해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로 부른다. 줄기껍질이 거북(龜)의 등 같고 줄기와 가지가 용틀임하는 것 같아서 구룡(龜龍)나무라 불렀으며 그것이 귀룽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처럼 민중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꾸며질 수 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설화가 채굴되고 보태지며 우리의 삶에 윤택을, 내면에 풍성함을 더한다.

 

숫자가 붙은 나무 이름, 오리나무ㆍ칠엽수ㆍ백리향ㆍ오미자 등

 

숫자를 반영한 우리말의 나무이름이 더러 있다. 오리나무, 칠엽수, 팔손나무(팔손이) 등은 숫자가 이름에 들어간 나무다. 오리나무는 예전에 거리의 표지로서 5리마다 심었다는 뜻이 있고, 칠엽수와 팔손나무의 나무이름은 나뭇잎의 모양에서 유래한다. 이밖에도 시무나무, 백리향, 백량금, 오미자, 만병나무, 귀룽나무 등이 숫자를 반영한 이름이 붙은 나무들이다.

 

‘오리나무’는 ‘십리(十里) 절반 오리(五里)나무’라는 ‘나무타령’의 가사가 있듯이 옛날 사람들이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로 오리(五里)마다 이 나무를 심은 듯하다. ‘시무나무’는 ‘시무’가 뜻하는 것이 숫자의 10이거나 20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며, ‘시무’는 20을 나타내는 ‘스무’에 가깝지만, 시무나무 이름은 10리를 반영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오갈피, 칠엽수, 팔손나무는 잎 수를 나타낸다. ‘오갈피나무’는 보통 5개의 잎이 한자리에 둥글게 모여 달려 마치 다섯 손가락을 펴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한다. 그래서 한자로 오가피(五加皮)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이것이 오갈피나무로 변한 것이다. ‘칠엽수’는 전체적인 모양이 유럽에 많은 마로니에(Marronier)와 비슷하다. 한자로는 칠엽수(七葉樹)라고 쓰는데, 보통 일곱 개의 잎이 손바닥을 펼쳐 놓은 것처럼 둥그스름하게 모여 달리므로 칠엽수란 이름이 생겼다. 그런데 칠엽수의 잎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반드시 7개가 모여 있는 것만은 아니고 어떤 것은 5개나 6개가 모여 달리기도 한다.

 

‘백리향’은 Thymol과 Linalool 등의 성분이 함유돼 특유의 향기를 내는데, 이 향기가 백리(百里)에 이른다는 뜻에서 백리향(百里香)이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백리향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백리향처럼 숫자와 거리를 관련지을 때 우리나라에는 ‘만리화’가 있다. 만리화는 숫자와 거리의 만리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듣는 이름만으로는 만리와 관련지을 수도 있는 이름이다. 황해도 장수산에 자라는 만리화 종류는 따로 장수만리화라고 부른다.

 

‘오미자나무’는 한자로는 오미자(五味子)라고 쓰는데, 이 열매의 껍질은 시고, 살은 달고, 씨는 매우며 떫고, 전체는 짠맛이다. 이 때문에 5가지의 맛을 낸다고 해서 오미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미자에서 자(子)는 식물의 한자 이름에서 보통 열매 또는 종자를 뜻할 때나 열매를 약으로 쓰는 나무이름에 많이 붙이는 말이다.

 

숫자를 반영한 나무에는 백량금도 있다. ‘백량금’은 한자로 백량금(百兩金)이라 쓰는데 무게나 돈의 단위에서 나온 그만큼의 값어치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또한, 붉은빛 열매가 매우 아름답고 많이 달리는 것을 백만냥의 가치로 표현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만량금(萬兩金)’으로 부르는데 이것 역시 숫자와 돈을 이 나무와 관련시키고 있다.

 

‘만병나무’는 ‘만병초(萬病草)’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나무 이름은 열매의 용도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모든 병에 효력이 있는 만병통치약이란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곧 이 나무의 잎을 달여 마시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만년콩’은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 제주도 돈내코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 나무 이름은 이 나무를 처음으로 발견한 식물수집가 ‘김이만’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곧 만년이란 김이만의 이름에서 만(萬)자를 취하고 늘푸른나무로서 겨울에도 영원하다는 뜻에서 붙여졌으며, ‘만년이나 오랫동안 살아가는 콩과에 딸린 식물’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팔손이’는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모여 달리는 것이 아니라 1개의 잎이 보통 8갈래로 갈라진다. 팔손나무의 이름은 일본이름 ‘팔수(八手)’를 우리말로 번역해 인용한 것이다. 중국 이름은 팔각금(八角金)이다.

 

이렇듯 숫자를 반영한 나무 이름은 각각 그 나무의 형태와 형질 또는 용도 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 때문에 이런 나무는 그 나무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인들의 생활을 부분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다.

 

귀룽나무, 5월에 흰꽃 피고 열매 6∼7월에 검게 익어

 

귀룽나무는 전국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란다. 높이 10∼15m 정도이며 어린 가지를 꺾으면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또는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밑은 둥글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불규칙하게 있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에 털이 있다. 잎자루는 길이 1∼1.5cm로 털이 없고 꿀샘이 있다. 방향성이 있어 어린가지를 꺾으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꽃은 5월에 새가지 끝에서 꽃대가 아래로 쳐지듯 달려서 지름 1∼1.5cm의 흰색 꽃이 핀다. 꽃차례는 길이 10∼15cm로 털이 없고 밑부분에 잎이 있으며 작은꽃자루에도 털이 없다. 꽃잎과 꽃받침잎은 각각 5개씩이고 꽃받침에도 털이 없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고 6∼7월에 검게 익는다.

 

한방에서는 작은 가지 말린 것을 구룡목(九龍木)이라고 하는데, 체증에 쓰거나 중풍 마비와 장염, 기침 가래, 간 질환에 쓰고, 다리에 나는 부스럼에 생즙을 내서 바르면 효과가 있다. 열매는 약간 신맛과 쓴맛, 떫은맛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고, 어린순은 독특한 향과 은은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는 성분이 있어 기관지 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고, 또한 소화 기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열매 말린 것 5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시면 자양 강장에 효과가 있고 어린잎을 데쳐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고 나물로 먹거나 튀김, 찜해 먹는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설사약으로 쓰거나 술을 넣어 까맣게 우러나온 물을 조금씩 매일 마시게 되면 남자들의 정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뿐 아니라 근육이 마비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 (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