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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장염과 괴사성 장염

신생아들에게는 세포가 죽어가는 괴사성 장염도 있다.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82]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잘한 잔병치레를 많이 하게 된다. 가장 빈번한 질환은 감기와 체기이며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비염과 장염으로 발전되어 아이들을 괴롭힌다.

 

일반적으로 장염이라고 하면 범위가 넓은데 한방에서는 설사와 이질로 구분하여 치료하였으며 항생제가 없던 시대에 가장 큰 질환 가운데 하나로 한의사 선배님들이 많은 노고를 겪었다. 장염은 급성 장염과 만성 장염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증상은 급성 장염이 심하게 드러나고 만성 장염은 증상의 정도는 약하나 치료가 수월하게 되지 않는다.

 

급성 장염은 체기에서 출발한다.

 

급성장염은 장 점막의 급성염증으로서, 급성위염에서 출발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도 급성위염과 비슷하며, 폭음, 폭식, 복부의 냉각, 부적당한 음식물이나 음료수, 대장균과 바이러스의 감염, 약의 과다복용 등에 의해 일어난다. 이 밖에 알레르기성의 원인이나 전신성 질환(요독증 ․ 암 등)의 한 증세로 나타날 때도 있다.

 

설사와 복통이 주요 증상이고, 복부 불쾌감ㆍ오심ㆍ구토를 일으키며, 심하면 발열이 있다. 설사는 하루에 1~10회에 이르고, 대장으로 파급되었을 때는 설사의 증상이 심하다. 변은 죽 또는 물 모양이고 황색 혹은 녹색을 띠며, 거품ㆍ점액이 섞여 있는 수가 많고 악취가 난다. 복통은 복부 가운데 또는 복부 전체에서 일어나고, 지속성의 둔통(무지근하게 느끼는 아픔)에서 간헐성의 산통(疝痛,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일어나는)까지 여러 가지 양상을 띠며 노인이나 어린이는 심한 설사로 인하여 탈수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치료는 우선 1~2일 동안 단식하고 수분만 공급하되 전해질 균형을 위하여 소금물이나 이온 음료를 제공한다. 그 뒤 유동식을 주는 것이 원칙인데 가장 무난한 접근이 누룽지 끊인 숭늉을 먼저 마시도록 하고 나중에는 누룽지 건더기를 먹도록 하는 것이 가장 부담 없는 접근이다. 이후 상태를 살피면서 죽을 끓이되 이때도 쌀을 누룽지 색이 나올 정도로 바짝 볶은 뒤에 물을 부어 죽을 끓이면 부담이 적다, 죽을 충실히 먹을 정도가 되었을 때 점차 밥으로 바꾸어 준다.

 

이러한 급성 장염은 대부분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연유되는데, 본디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기반이 먹는 것부터이기 때문에 스스로 방어능력과 조절능력을 가지고 있다. 곧 음식이나 세균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어도 스스로 보고, 냄새 맡고, 맛을 보아서 적합한 음식을 먹도록 각인이 된 것이다.

 

그러함에도 장염이 잦은 것은 급하게 먹는 것에서부터 파탄이 난 것으로 생각된다. 급성 장염의 시작이 되는 체기는 3가지 경우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첫 수저에서 체하는 것이며, 둘은 마지막 수저에서 체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맛없는 음식에서 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기를 막는 가장 단순하고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오래 씹는 것이다.

 

한 수저에서 체한다는 것은 장이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위장을 중심으로 한 장의 운동성이 자신의 리듬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음식을 먹는 중이나 먹은 뒤에 위장에 불쾌감이 들고, 배부른 듯, 배고픈 듯 어정쩡한 상태, 위장이 타는 느낌, 음식이 섞이지 않는 느낌 등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오래 씹어서 식도와 위장이 씹는 동작과 동조된 상태에서 음식을 삼켜야 한다.

 

 

마지막 수저에서 체한다는 것은 과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과식이 있고, 적당히 먹은 것 같은데도 과식인 경우가 있다. 알면서 하는 과식은 먹는 중에 스스로 소화능력보다 더 먹는다는 것을 인지하며 어느 정도 몸이 대비하지만, 모르면서 하는 과식 곧 적당히 먹되 급하게 먹는 경우는 먹는 순간은 적당했어도 이후 위액까지 더해지는 순간 위장이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먹었을 때 위액 분비는 평균적으로 20분에서 30분 동안 왕성하게 분비되므로 첫 수저에서 마지막 수저까지 최소 20분 정도 걸리는 느긋한 식사가 필요하다.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 체했다고 하는 것은 소화능력이 부족한데 억지로 먹는 것과 음식이 상해서 전과 다른 맛이었는데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먹어서 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오래 씹으면 오랫동안 그 맛을 감별할 수 있다. 소화가 가능한 음식을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살아나고 소화가 어려운 음식은 맛이 없으면서 씹는 것조차 귀찮아지게 된다. 아울러 음식이 상했을 경우 오래 씹으면서 맛을 느낄 때 전과 다른 이상함을 느끼게 되어 저절로 덜 먹게 된다.

 

실제로 장염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분들에게 병력을 청취하다 보면 대부분은 장염 걸릴 시점에 먹은 음식이 조금 이상했지만, 그냥 먹었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먹은 음식이 뭔가 이상하고 꺼림칙해도 괜찮은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아무 이상 없겠지 하고 방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조금이라도 꺼림칙함이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만성 장염은 소화능력에 기인한다.

 

만성장염은 급성장염에 견주어 증세는 가볍지만, 낫기 어려운 장의 염증이다. 원인으로는 급성장염이 치유되지 못하고 진행된 경우, 위무산증(胃無酸症), 이자기능 저하, 늘 술을 마시는 것을 들 수 있다. 증세는 경증일 때에는 설사뿐이지만, 중등증이나 중증일 때는 복부의 불쾌감 ․ 팽만감 ․ 복명(腹鳴) ․ 복통 등이 있다. 경과가 길면 영양저하ㆍ전신쇠약에 빠지고 빈혈이 일어나기도 한다. 변은 발효성 ․ 부패성이고, 점액이 섞인다. 원인이 확실한 경우라면 원인치료부터 한다. 식사요법이 중요한데 소화 흡수가 잘되는 식품을 주의해서 조리해야겠다.

 

만성 장염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드러나는 증상이다. 곧 우리 몸으로 유입되는 음식물은 내 몸과 다른 구조와 성질을 가진 이물질인데, 이것을 내 몸에 맞는 구조와 성격으로 바꾸기 위하여 먼저 소화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충실한 소화과정을 통해 음식이 가지고 있던 성질이 사라지고 흡수할 건 흡수하고 배출할 것은 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장에서 위액이 음식물을 녹여내지 못하고, 췌장에서 분해하지 못하며, 위장의 위산과 췌장의 중탄산염이 산염기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소장과 대장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음식물의 자극을 받게 되고, 때로는 산에 의하여 점막이 손상을 당하는 혼돈의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의 소화능력에 맞추어 먹는 것이 중요하며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먹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신생아들의 경우 만성 설사와 맞물린 장염이 잦은 때 한의사, 의사, 식품영양학자의 모든 조언을 받아들여서 아이들에게 맞는 분유와 음식물을 찾아내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신생아들에게 괴사성 장염이 있다.

 

괴사성 장염은 대장 가운데 결장 부위에 많이 생기는 괴사로, 장세포가 죽어가는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로 생후 1주 이내의 미숙아나 저체중아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드물게는 성숙아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청색증이 나타나는 심장병이나 심한 설사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위험 요소로는 출생 당시의 쇼크나 심한 저산소증이 가장 많고 그 밖에 패혈증, 질식, 무호흡 상태, 심한 호흡부전증 등이 있다. 이러한 위험 요소들로 인하여 순환 결핍이 나타나게 되어 장점막이 손상되고, 이 손상된 점막을 통해 대장균이나 다른 세균 등이 혈액 안으로 침입한다.

 

증상 초기에는 마비성 장폐색증(장의 일부가 막히는 질환), 담즙성 구토, 복부팽만, 혈변 등이 나타나며 후기에 상태가 나빠지면 기면(늘 졸거나 잠이 들어 있음) 상태, 무호흡 상태, 체온저하, 이상출혈, 쇼크, 소변양 감소, 황달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괴사성 장염의 경우 대부분 병원의 인큐베이터에서 관리를 받기 때문에 한의사가 진료할 기회가 거의 없다. 간혹 경과가 완만하여 통원치료를 받을 때 접할 수 있는데 신생아에게 한약을 먹인다는 생각을 못 하기에 접근이 거의 없다. 나의 경우는 가까운 인척과 지인의 예가 몇 번 있었는데, 그 가운데 인큐베이터에서 점점 악화하여 혈변이 지속되는 중에 생명이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상황에서 온 가족과 친지들이 근심 걱정 속에 하늘에 기도만 하는 상태의 괴사성 장염 환아를 접한 경험이 있다.

 

당시 소화기 점막의 기체를 풀어 정맥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궁리하던 중이라 나 또한 하늘이 돕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진료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하늘의 도움으로 너무도 수월하게 괴사성 장염이 치료된 경험이 있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이나 의원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위독한 환자의 경우 관리가 필요하기에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아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한의사로서 나름 아이들의 건강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족하고 있지만 괴사성 장염을 치유했을 때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 한곳을 차지하고 있다. 주변에 괴사성 장염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있고 인큐베이터를 졸업하고 통원이 가능할 때는 한의사와도 치료에 대하여 고민하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경험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