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저한테 곧게 바로 이야기를 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들을 때는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제 생각만 한 제 탓이라는 생각에 열없었습니다.
낯설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헤아리지 못한 제 잘못이고 아이들 자리에서 생각한다고 했지만 더 낮게 맞추지 못한 제 잘못이었으니까요. 저를 믿고 무엇이든 도움을 주시는 분께 그런 말씀을 듣게 해 드려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능'입니다. 이 말도 거의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많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빠듯하지 아니하게 넉넉히 잡은 여유'라고 풀이를 하고 '능을 두어 옷을 짓다.'를 보기로 들어 놓았습니다.
보기월을 보면 나날살이에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제가 거의 날마다 아침배움이 비롯되고 나면 오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일찍 집에서 나서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 이 때 "조금만 능을 두고 집에서 일찍 나서면 좋겠구나."라고 말하면 되지 싶습니다. 누구와 만나기로 했을 때도 좀 능을 두고 나가서 기다리는 버릇을 들여 놓으면 참 좋을 것입니다.
이 말의 풀이에 나온 '여유'라는 말이 '물리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를 뜻하는데 물리적, 공간적 사이를 뜻하는 말 '틈'이 '시간적 사이'을 뜻하기도 하니 '틈' 또는 '겨를'이라는 말을 넣어서 풀이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여유'라는 말을 써야 할 때 '능'을 떠올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께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무지개달 스무사흘 닷날(2021년 4월 23일 금요일) 바람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