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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배고픔과 허기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허기짐의 원인, 영양의 불균형과 마음의 불안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91]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의 건강을 얘기할 때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란다고 무심히 말하게 되는데 이때 “잘”이란 단어는 곱씹으면 씹을수록 오묘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을 잘 먹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고 사실인데, 너무나 쉬울 것 같은 잘 먹는 것이 누구에는 무척 어려운 일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잘 먹는다는 것’이 ‘많이 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선입관 때문에 오히려 식사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잘 먹는다’라는 말의 가장 단편적이고 우선적인 이미지로 ‘많이 먹는 모습’을 떠 올리게 되는데, ‘잘 먹는다’라는 말을 곱씹어 보면 많이 먹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잘 먹는다’라는 말에 몇 가지 모습이 있는데 첫째로는 때가 되면 배고픔이 느껴져 먹는 것이다. 흔히 만화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 입에서 군침이 고이는 모습 등이다. 이러한 상태의 반대 모습은 배가 전혀 고프지 않은데 때가 되었다고 억지로 먹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는 음식을 먹을 때 오래 씹어 먹는 모습것이다.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씹는 행위는 장의 운동을 유도하는 모습이며 충분하게 맛을 분석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씹는 행위는 먹는 것의 가장 기본이 된다. 반대로 잘 못 먹는 모습은 급하게 흡입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잘 먹는 모습이 아니라 ‘폭식’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로는 음식을 맛있고 즐겁게 먹는 모습이다. 흔히 먹는 것에 몰입하여 기분 좋게 먹는 것으로,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인간의 즐거움이 다양하고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많지 않다. 성인에게 있어서 먹는 즐거움이란 이 세상의 가장 즐거운 것 가운데 하나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이 세상의 으뜸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먹는데 즐겁지 않은 모습은 소화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몸에서 필요하지 않은 경우이다. 게다가 긴장하거나 불쾌한 상태에서 부담을 느끼고 음식을 먹게 되면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소화흡수가 되지 않아서 내 몸의 뼈(정신에너지 포함)와 살(육체에너지 포함)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결코 잘 먹는 모습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양과 소화능력에 맞추어 적당히 먹는 모습이 잘 먹는 것이다. 능력을 벗어나 많이 먹는 과식은 소화기 장부에 부담을 주어 소화능력이 저하되고, 정도가 심하면 소화불량과 장염을 유발한다.

 

이러한 잘 먹는 모습에서 어정쩡한 것은 수시로 먹는 모습이다. 때가 아닌데 먹는 모습이기 때문에 잘 먹는 것은 분명 아닌데, 우리나라 정서상, 이거든 저거든 안 먹는 모습보다는 나은 것 같고, 많이 먹으면 건강하고 잘 클 거라는 무의식적인 기대 속에 이를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수시로 먹으려는 모습에는 배가 고파서 먹는 경우가 있고, 허기져서 먹으려는 경우가 있다. 배고픔과 허기짐의 구분이 모호하고 동시에 오는 때도 있어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배고픔과 허기짐을 구분하고 왜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먹는 것의 원칙을 알아보도록 하자.

 

배고픔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인간은 먹는 것을 소화흡수하여 몸을 구성하고 당과 산소를 소비하여 에너지를 만들어 활동해 나간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세포가 흡수한 에너지를 다 소비해서 새로이 에너지가 필요해지면 혈관 내의 영양분을 뽑아간다. 또 혈관의 영양분이 다 소비되어 새로이 영양분이 필요해지면 간에 축적된 영양분을 뽑아가고, 간에 축적된 영양분이 소비되면 장에서 소화된 영양분을 뽑아가고, 장이 비게 되면 입에서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 배고픔이 유발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과정은, 음식을 먹게 되면 위장이 열심히 운동하면서 위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다 녹인다. 한편 위대장 반사작용을 통하여 대장의 횡행결장을 중심으로 대장의 운동성이 활발해지면서 횡행결장에서 발효과정 중이던 내용물이 하행결장으로 전달된다. 이때 비워진 횡행결장으로 상행결장의 내용물이 유입되고 비워진 상행결장으로 소장의 내용물이 유입되어 소장을 비우는 준비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위장이 소화를 완료하면 위장이 소화된 음식물을 소장으로 보내는 과정과 더불어 소장에 비워진 공간에서 흡입해가는 과정을 통하여 위장을 텅 비게 만든다.

 

이러한 간과 대장ㆍ소장의 흡수를 통하여 배고픔의 최종 단계는 위장이 텅 비워진 것을 기반으로 해서, 위장이 운동할 준비가 되어 있고, 위액이 분비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배고픔이 명확해진다. 이렇게 위장이 비어있다고 하더라도 위장이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위액을 분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위장에 음식물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때 “허기를 느낀다”라고 표현한다.

 

 

 

허기짐은 균형이 깨진 모습

 

기본적으로 허기짐이란 위장을 중심으로 속이 비어있지 않는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크게 보면 3가지 모습이 있다. 하나는 현재 먹은 음식물로는 몸에 부족한 영양분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정서적인 불안을 메우려는 방편으로 먹는 것을 찾은 경우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장의 운동성이 급격히 저하되어있을 때 위장의 자극을 위하여 먹고 싶은 욕구가 발현되어 허기짐이 발생한다.

 

① 영양의 불균형은 허기짐을 유발한다.

 

우리 몸은 크게 볼 때 3가지 유형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하나는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과 지방이고, 다른 하나는 몸 구성을 위한 필수성분인 필수아미노산과 필수 지방산의 원료가 되는 지방과 단백질이다. 마지막으로 몸에서 촉매역할을 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먹는 것에 과도한 불균형이 지속되면, 많이 먹고 충실한 소화흡수가 이루어져도 몸에서는 결핍이 일어나서 이를 메우려는 작용으로 허기짐이 발생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영양이 적당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이때 억지로 먹지 않으면서 보충해줘야 한다. 이를 일일이 헤아려 보충할 수 있는 충실한 정보나 관찰이 미흡하지만, 영양의 균형을 이룬 식품을 적절하게 섭취해줘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종합영양제, 종합비타민 정도가 있으나 가장 충실한 것은 어린이들의 분유다.

 

영양의 불균형에서 가장 어정쩡한 모습은, 골고루 잘 먹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경우다. 곧 모든 것을 잘 먹고 많이 먹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먹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흡수에 불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먹는 아이들인데도 허기져 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소장과 대장에서 소화된 영양분을 흡수할 때 특정장소에서는 특정성분을 흡수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말한다. 곧 흡수에 불균형이 있는 경우 아무리 많이 먹어도 흡수가 미진한 위치에서 흡수되는 성분은 우리 몸에서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흡수 불균형을 가진 경우에는 많이 먹고 자주 먹을수록 오히려 불균형의 격차가 커져서 점점 허기짐이 악화한다. 따라서 전체적인 흡수력을 향상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먹는 것을 자제하고 서운하게 먹는 것이 필요하며 한의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마음의 불안은 허기짐을 유발한다.

 

인간이 먹는 것은 육체를 유지하기 위하여서이기도 하지만 정신과 마음의 충족을 위하여 섭취하기도 한다. 곧 먹는 행위를 통하여 욕구가 충족되고 즐거움과 여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있어서 긴장 불안 부담이 가중되면 이를 메우려는 노력으로 먹는 것을 찾게 된다. 또한 우리 몸은 정직하기 때문에 이러한 때에 대부분 밀가루 음식이 당기고 단것이 당긴다.

 

예민해서 겁이 많거나 긴장을 잘하는 아이들, 무료함을 잘 느끼는 아이들에게 자주 드러나며 어느 순간 먹지 않으면 불안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럴 때 당장 먹는 것을 제한하면, 부담을 주기 때문에 먹는 것을 약간 줄이거나 간격을 늘이면서 호연지기를 길러 대담한 사람이 되도록 장기 계획을 짜보는 것이 필요하다.

 

③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허기짐이 유발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끊임없이 자신의 리듬을 가지고 운동한다. 이렇게 리듬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정체(停滯)되었다’라고 하는데 이것은 체기(滯氣) 상태와 기체증(氣滯證)이다. 아울러 식도에서 부터 직장까지 이루어지는 소화기 장관도 위장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자기 리듬의 운동을 하게 되는데 1분에 5~8회 한다고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장의 기운이 떨어져 있거나 먹거리가 부담될 경우, 다른 장부의 협조가 미흡해서 이러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소화기장관의 처지에서 존재를 유지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되는 비상사태가 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장의 운동성을 촉발하기 위해 허겁지겁 뭔가를 먹게 되는 허기지면 상태를 보이게 된다. 이를 차동차에 비유하면, 자동차가 일정한 RPM으로 공회전해서 엔진의 운동이 이어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공회전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RPM은 기복을 보이면서 불안정 연소하게 되는 상황과 같다.

 

이러한 허기짐이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질 때, 특별한 이상 상태(장염이후, 과로, 단식 등등) 없이 드러나는 것은, 서서히 장의 기운이 저하되다가 더 는 버티지 못하여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가볍게 보지 말고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허기짐은 치료의 대상

 

식욕불안정의 유형으로 허기짐을 호소한다면 이때의 상황이 배고픔인지 허기짐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분이 어른도 힘들지만 아이는 더 힘들다. 만약 구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배고픔이란 몸과 소화기 장부에 기운이 있으면서 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공간이 생기고 소화능력이 있으면 배고픔을 유발하고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배고픔이 더 커지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운동한다. 어떤 음식이든 먹고 싶고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감정이 든다. 한편으로 배가 고픈데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부족한 영양분을 장의 내용물을 마저 흡수하고 간과 피하지방에 축적된 영양분을 공급받는 방향으로 대책이 이루어지면서 배고픔이 줄어들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가짜 배고픔인 허기진 상태는 식사한 지 2시간(위장의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시간)도 안 됐는데 배가 고프고 특정 음식이 먹고 싶거나 음식을 먹어도 충족된 느낌이 없어 계속 수시로 먹는 것을 찾게 된다. 이러한 허기짐이 다가올 때 먹지 않고 버티면 몸과 마음이 불안정해져서 기운이 빠지거나 의욕이 저하되고, 때로는 짜증이, 때로는 우울해지는 감정 변화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실제로 배고픔은 견딜 수 있지만 허기짐은 못 견디는 상태가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을 좀 더 자라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게 되면 영양분의 흡수의 균형이 깨지면서 과도한 영양분으로 비만 체형이 되거나 결핍으로 인해 성장 발달에 균형이 깨지게 되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