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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소난지도 최구현 의병장 손자, 최사묵 선생 영전에

영면 소식에 슬픈 마을을 가눌 수 없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선생님!

 

어제 비보를 들었습니다.

그 어떤 직함보다도 “최구현 항일의병장의 손자”임을 자랑스러워하시던 선생님!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의병장 할아버지를 만나러 서둘러 떠나가신 것인지요?

 

 

“의병장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제 나이 70이 다되도록 그 행적을 알지 못했습니다. 구한말에 무과에 급제하여 군부참서관(軍部參書官)을 하던 할아버지께서 을사늑약 이후 벼슬을 사임하고 낙향한 것까지는 알았지만 이후 종적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과 ‘할아버지 최구현 의병장’에 관한 대담을 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6년 12월 26일,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제7차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리던 날로 선생님은 불편한 몸이면서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좋은 서울역 식당으로 대담 장소를 잡으셨지요.

 

최구현 할아버지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묘지석을 통해 할아버지께서 충남 당진 소난지도 의병항쟁의 의병장이었고, 순국 98년만인 2004년 국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으셨다고 하시면서 훈장증을 내보이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이 선합니다.

 

 

존경하는 할아버지 최구현 의병장은 40세의 나이로 순국의 길을 걸으셨지요.

손자이신 선생님은 할아버지의 못다 한 생을 안타깝게 여기며 선생 자신이 열정적인 사회 참여 활동으로 의병장 할아버지의 못다 한 삶을 살아내셨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8월, 표명렬 예비역 준장과 함께 평화재향군인회 창립에 앞장서고 2015년부터는 공동대표로 활동하셨던 선생님!

 

국치(國恥) 100년이 되던 2010년 8월!

‘경술국치 100년, 한일평화를 여는 역사기행’에 함께 하신 선생님은 당시 참여 회원 45명 가운데 최고령인 77세였지만 젊은 단원들을 제치고 12일 동안의 여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끄셨단 기억이 생생합니다. 조선인 징용자들의 강제노동이 이뤄지던 일본 키타큐슈의 치쿠호 탄광으로부터 나가사키, 시모노세키, 오사카, 교토 지역의 강제연행 피해 현장과 평화 추도시설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젊은이들도 무더위에 지쳐 뒤처지던 그때,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솔선수범하던 모습에서 단원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으셨던 선생님!

 

선생님이 계신 자리는 언제나 빛이 났습니다. 젊은이들 못지않던 그 열정도 잊을 수 없습니다. 최구현 의병장의 후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시고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후배들을 항상 온화한 미소로 대해주시던 선생님!

 

이제 다시 뵐 수 없다니, 슬프고 슬픕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남기신 ‘나라사랑 정신’과 ‘삶에 대한 열정’을 본받아 우리도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겠습니다.

 

선생님!

이제 고단했던 이승의 삶을 거두시고 평온한 세상에서 그토록 사모했던 최구현 의병장 할아버님과 기쁜 해후 하시길 빌며 선생님 영전에 향 한 자루 사르나이다.

 

                                                                         2021년 7월 6일 아침 이윤옥 사룀

 

 

*  최구현(崔九鉉,1866~1906.12.23.) 의병장 (향년 40세 순국)

1906년 봄, 충남 기지(畿池)에서 창의도소(倡義都所)를 설치하여 군사를 모집한 뒤 같은 해 4월 면천성(沔川城)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실패하자 소난지도에서 군사를 재규합하여 간도행을 준비하다가 7월, 적의 기습공격을 받고 체포되어 고문 여독으로 순국함. 2004년 애국장 추서

(국가보훈처 공훈록)

 

 

 

 

* 손자 최사묵 선생(1933.5.~2021.7.4.) 향년 88세

 

1933년 5월(음력)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장교 시험에 합격해서 15년 동안 복무하다가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 때 전역했다. 예비역 대위로 고교 교련 교사로 일하다 2005년 8월 표명렬 예비역 준장이 이끈 평화재향군인회에 동참했고, 2015년부터 공동대표를 맡았다. 또한 구한말 40세로 순국한 조부 최구현 항일의병장의 유족회장으로 의병과 독립운동가들의 명예회복에도 앞장서 왔다.

 

2021년 7월 4일 별세, 유족은 부인 김순기 씨와 딸 최지선ㆍ최지연ㆍ최지은 씨, 사위 백진욱ㆍ박상현 씨 등.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7월 6일 아침 9시. 연락처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