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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살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지난 이렛날(7일)이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이었습니다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눈은커녕 한낮에는 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높은 고장에는 올해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고 하지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는 기별이 있습니다. 지난 이레에도 다른 고장에서 이것 때문에 수레가 부서지고 사람도 다쳤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그 기별 속에 나온 말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스’였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기 때문에 수레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검다’는 뜻의 영어 ‘black’에 ‘얼음’이라는 뜻의 ‘ice’를 더한 말입니다. 이 말을 우리말로 곧바로 뒤쳐 직역하면 ‘검은 얼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블랙 아이스’를 ‘검은 얼음’으로 뒤쳐 쓰자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말하면 좋다고 할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말과 비슷한 토박이말이 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좀 해 보자는 것입니다.

 

‘블랙 아이스’를 흔히 ‘겨울철 비가 온 뒤 빗물이나 녹은 눈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길 위에 얇게 얼어붙은 현상’이라고 풀이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얇게 살짝 언 얼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얇게 살짝 언 얼음’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살얼음’입니다. 말집 사전에도 2014년 5월 7일 열린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 회의에서 ‘블랙 아이스’를 ‘노면살얼음’ 또는 ‘살얼음’으로 다듬었다는 풀이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제까지 모르고 있을까요? 저는 신문, 방송에서 이 말을 써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드려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익어서 어렵게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살얼음’과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도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살얼음길’을 썼으면 합니다. 길 위에 살얼음이 얼어 있으니 말입니다. 알고 있던 말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오늘날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들온말을 그대로 쓰는 때가 많고 새로운 말을 만드는 데 힘을 쓰지 않다 보니 우리 토박이말이 갈수록 더 설 자리를 잃고 우리 삶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범칙금을 매기고 그런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서 갈수록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처럼 우리말이 있는데도 우리말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훨씬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며 널리 알려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알고 쓰게 되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날도 언젠가는 올 거라 믿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토박이말에 마음을 써 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며 둘레 사람들에게 나눠 주시는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4354해 온겨울달 여드레 삿날(2021년 12월 8일 수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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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남일보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