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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농촌을 살리자는 개벽 대행진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6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1945년 해방 직후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 33,000달러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받지는 못하고 빈부격차와 도농격차로 인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발전 목표를 이제는 국민소득 증가에서 국민행복 증가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나날이 심각해진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인구는 전체 인구의 4.5%인 231만 명에 불과하다. 필자가 사는 평창군의 면적(1464km2)은 서울시 면적의 2.4배에 달하지만, 인구수는 겨우 42,000명에 불과해서 서울이나 부산의 1개 동의 인구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민 1인당 경작면적은 0.68ha(약 2,000평)에 불과하며 가구당 농가소득은 연 3,300만 원(주: 1인 가구를 포함한 2019년 통계)에 불과하다. 농지의 감소로 식량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쌀은 자급한다고 해도, 나머지 곡류와 가축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곡물자급율은 21%에 불과하다. 우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곡물 수요의 79%를 나라 밖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곡물자급율은 OECD국가 가운데서 가장 낮다. 기후 위기 또는 전쟁 등으로 나라 밖에서 곡물을 수입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생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농촌 현실에 주목한 박진도 교수(경제학 전공)는 2018년에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에 취임한 뒤 농촌을 살리는 길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진도 교수는 2021년 12월 6일 <국민총행복 10대 정책 과제 심포지움> 기조연설에서 “정부는 국민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라고 주장하면서 대선후보들이 여전히 경제성장만을 추구한다고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세계 각국 정부가 지속가능성과 참살이(웰빙)를 이야기하는 지금,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성장’만을 이야기한다. 차기 정부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행복한 삶이다. 대선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의로운 성장’이나 ‘전환적 공정성장’ 등은 이전 정부가 추구해온 ‘녹색성장’(필자 주: 이명박 정부 구호), ‘창조경제’(필자 주: 박근혜 정부 구호), ‘소득주도성장’(필자 주: 문재인 정부 구호) 등과 수식어만 다를 뿐 성장주의라는 본질은 같다. 이처럼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결코 더 나은 한국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없다.”

 

오랫동안 국가정책의 근간이었던 <경제성장=행복성장> 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도올 김용옥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사는 그 자체로서 진보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에 진보라는 이름을 새겨 넣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의 행복 증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행복의 증진을 고조선 사람들은 ‘홍익인간’이라고 불렀고 국가공동체의 이념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조선왕조가 끝나갈 무렵, 19세기 중반에 최수운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계승하여 ‘동귀일체(同歸一體)’라는 동학사상을 제창하였습니다. (가운데 줄임) 대한민국이 존립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주권의 주체인 국민 모두가 다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을 쉽게 풀이하면, 돈은 행복에 필요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도 비례해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가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이 아닌 행복성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제창하였다.

 

개벽대행진은 2021년 10월 26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시작되었다. 개벽대행진 추진위원회는 두 달 동안 전남의 해남군과 곡성군, 전북의 김제시ㆍ완주군ㆍ익산시, 충북의 옥천군ㆍ괴산군, 경기의 수원시ㆍ파주시, 경북의 영천시ㆍ안동시, 경남의 창원시ㆍ진주시, 충남의 아산시ㆍ공주시ㆍ홍성군, 강원의 평창군ㆍ춘천시 등 전국의 8개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행사를 진행하였다.

 

개벽대행진 추진위원회는 두 달 동안 전국 시민들의 지혜와 열망을 모은 뒤 2022년 1월 19일 전국대행진 행사를 서울청계광장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하였다.

 

 

 

개벽대행진 추진위원회는 구체적으로 3대 강령과 6대 방략(줄여서 3강6략)을 발표하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3대 강령

1.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으로!

2.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으로!

3.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으로!

 

6대 방략

1.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2. 먹거리 기본법 제정!

3. 지속가능한 농어업 실현!

4. 농어촌주민수당 지급!

5. 농어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6. 농어촌 주민자치의 실현!

 

세상을 빨리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정치의 힘이며 매력이다. 이들 깨어있는 시민운동가들은 “우리의 결의”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 우리는 3대 강령과 6대 방략이 20대 대선(필자 주: 3월 9일 예정)과 민선8기 지방선거(필자 주: 6월 1일 예정)에서 반드시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2. 우리는 농산어촌 주민의 행복과 농산어촌 살리기가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임을 확신하며, 이를 위해 전국과 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연대한다.

 

개벽대행진 추진위원회에서는 각 정당의 선거캠프에 공문을 보내 대선후보가 개벽대행진 정책전달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선거가 임박한 시절이고 한 표가 아쉬울 때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요청이었을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바빠서 못 오고 대신 후보를 대신하여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거물급 정치인인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태흠 의원(국민의힘), 강은미 의원(정의당) 등이 참석해서 3강6략 정책을 전달받고서, 2월 중에 최종적으로 발표될 각 정당의 대선 정책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대통령 선거 전에 발표될 각 정당의 대선공약에 개벽대행진 운동가들이 전달한 정책들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필자는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