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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마당에선 시(詩)가 곧 놀이고, 놀이가 또한 시더라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4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과장(科場)은 모두 다섯인데

가방끈 짧은 축들은

과장과 과장 사이 건너뛰기가 쉽지 않아

 

이 과장 따로 저 과장 따로

따로국밥을 차린듯하여 내 식대로

그냥 얘기 하나

옷깃에 실밥 풀 듯 풀어내어 엮었으니

원래 것과 다르다고

지나치게 서운케들 생각은 말아주소

 

광대놀음 하다 보니 양반이 동네북이라

매양 뚜르르 울리고 남에 것 가로채고

가슴에 나라 ‘국(國)’자 붙이고도 백성은 뒷전이고

하는 짓은 제 잇속이나 챙기는

얌체 중의 얌체니 동네북은 당연지사

 

허나, 이 마당에선 죽일 놈의 양반은

양반대로 할 말 있고

큰애미 작은애미 시앗싸움 한창이라

귀 열고 들어보면

큰애미는 큰애미대로 작은애미는 작은애미대로

제 할 말이 있겠거니

딴 데 가선 못 할 말

이 마당에선 다 하라고 멍석 한 번 펴보았소

 

문둥이 문둥북춤을 추는데

아침부터 웬 문둥춤이냐고

돌팔매 날아오고 나물 삶은 뜨거운 물에

입도 데고 뭣도 데어, 서럽고 서럽것소!

 

 

강산 두루미로

한반도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녀보니

산도 조져놓고 강도 조져놓아

천형 문둥이 욕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던 것을

 

그래서 문둥이는 문둥이대로

비비란 놈은 비비대로

제 할 말 조잘조잘

탈바가지 덮어쓰고 노래하니

이보다 편할 데가 또 어디 있것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