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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틈에서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를 보며

이하재 시인, <부끄러운 봄>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8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부끄러운  봄

 

                                      - 이하재

 

조상 탓이라고

환경 탓이라고

남의 탓이라고

한평생 탓만 하고 살았구나

돌 틈에서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워

아니 본 듯 발길을 돌린다.

 

 

 

민들레는 양지바른 풀밭이나 들판, 길가, 공터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없으며 잎은 밑동에서 뭉쳐나와 가운데서 바큇살 모양으로 퍼져 지면을 따라 납작하게 붙어 자라는데 잎몸은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있다. 꽃은 봄에 노란색으로 피고 여러 개의 낱꽃이 모여 피는 겹꽃인데 씨앗은 긴 타원형으로 털이 붙어있고, 이 씨앗들이 모여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열매가 된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이 씨앗들은 털에 의해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져 싹을 트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씨앗들이 멀리 날아가 다른 곳에서 싹 트는 것을 두고 전해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아주 먼 옛날 비가 몹시 많이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민들레도 꼼짝없이 물에 빠져서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민들레는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되어 그만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다. 물이 턱밑에까지 차오르자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너무 무서워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그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민들레의 씨앗을 하늘 높이 날려 양지바른 언덕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그 이듬해 그 양지바른 언덕에는 새싹이 돋아나서 새로 민들레가 자라게 되었다. 민들레는 하느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며 봄이 오면 밝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래서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나 보다

 

사람들은 힘들게 세상을 살면서 환경 탓이라고, 남의 탓이라고 한 것은 물론 심지어는 조상 탓이라고, 하면서 한평생 탓만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하재 시인은 그의 시 <부끄러운 봄>에서 “돌 틈에서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워 아니 본 듯 발길을 돌린다.”라고 노래한다. 민들레는 비옥한 땅이 아닌 돌 틈에 살면서도 환경 탓하지 않고 노오란 꽃을 피워낸다. 그를 보면서 남 탓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