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입이 짧은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길잡이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36]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은 먹고 자는 것을 온전히 하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말에도 있듯 잘 먹고 잘 자면 어린이들은 쑥쑥 크고, 어른들은 활기차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처럼 먹는 것에 대한 욕구는 기본적인 생존 본능에 새겨져 있고 모든 어린이는 먹을 수 있는 최대치를 먹으려 노력한다.

 

평균적인 소화능력을 가진 아이가 배고파졌을 때 먹을 것이 보이면 아무리 재미있게 놀다가도 모든 것을 팽개치고 먹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반대로 많이 먹지 못하고 먹고 싶은 욕구를 표출하지 않고 맛을 즐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뜻밖에 많다. 성인마저도 식도락이 인생 3가지 즐거움 가운데 으뜸이라 하는데 아이들의 경우는 견줄 대상마저 없는 최상의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아이가 이러한 즐거움을 외면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억지로 먹이지 말고 이를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1. 소화작용은 췌장을 기본으로 한다

 

식욕(食慾)이란 배고픔을 느껴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밥맛 혹은 입맛이라고 하는데 모든 고등 생물 형태에 존재하며 물질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에너지 섭취를 관리한다.

 

우리 몸에 여러 소화기 장부가 있다. 보통 오장 육부라 할 때 육부 기능의 대부분은 소화를 감당하는 장부이다. 혀에서부터 출발해서 위장, 췌장, 담즙 분비까지의 과정이 일반적인 소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췌장은 육부(六腑)가 아닌 오장(五臟) 가운데 하나로서, 소화와 대사의 중심 역할을 하며 조절자로서 소화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곧 췌장은 물질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하면서 이에 따르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양수겸장의 내분비, 외분비를 병행하는 유일한 장부로서 식욕을 주관한다.

 

이러한 췌장의 기능 가운데 가장 종요로운 것은 소화의 중심 역할이다. 탄수화물 계열은 입안의 침과 췌장의 췌액이 합해져서 소화가 완성되고, 단백질 계열은 위장의 위액과 췌장의 췌액이 합해져서 소화가 완성되고, 지방 계열은 쓸개에서 분비되는 담즙과 췌장의 췌액이 합해져서 소화가 완성된다.

 

그러므로 다른 장부에서 소화액이 넉넉하게 분비되어도 췌액이 분비되지 않으면 먹는 음식이 온전히 소화되지 못한다. 따라서 췌액 분비 상황에 따라 소화능력이 결정되고 이를 인지하여 혀에서 맛이 결정되고, 먹고 안 먹고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췌장의 상태와 맞물려 대사능력과 소화액의 상태에 따라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입맛이며 식욕이다. 그러므로 대사기능이 왕성하고 소화액이 넉넉하면 먹고 싶은 욕구와 입맛이 왕성하게 작동하게 된다. 반대로 대사기능이 미진하거나 소화액의 분비가 미진하고 불안정한 아이들은 먹고 싶은 욕구가 적고 입맛이 줄어들면서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

 

① 전체적으로 식욕이 미진하고 양이 적다.

② 컨디션, 기분에 따라 먹는 양과 종류가 불규칙하다.

③ 골고루 먹기보다는 한 가지만 먹으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④ 씹어 먹는 음식보다 마시는 것은 그나마 좀 더 잘 먹는다.

⑤ 맛이 예민해서 신선도와 품질에 조금만 차이를 보여도 바로 알아채고 거부한다.

 

 

2. 비위에 맞춰 먹기

 

비위를 맞춘다는 것은 먹는 것의 기본인 소화능력만큼만 먹으라는 뜻이다. 비(췌)를 맞추는 것은 소화의 바탕인 소화액의 분비량만큼만 먹자는 것이고, 위를 맞춘다는 것은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적만큼만 먹자는 가장 상식적인 말이다.

 

췌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장기다. 한의학에서는 췌장이 만병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통하는 비염 또한 이 췌장과 연관성이 있어 췌장열체를 비염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 가운데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상한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비위란 비장과 위장을 말하는데, 이 비장이 언어 자체로는 비장(脾臟, spleen)을 말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으로 보면 바로 췌장을 말하는 것이다. 비장을 췌장으로 보면서 소화기능을 말하면 한의학의 관점이건 양방의 관점이건 소화의 중심이 되는 음식을 물리적으로 분해하는 위장과 음식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췌장으로 서로 뗄 내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 몸의 소화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이다.

 

따라서 ‘비위를 맞추어 먹는다’라는 것은 위장을 중심으로 물리적 공간에 맞추어 먹는 것과 췌장을 중심으로 화학적 소화능력에 맞추어 먹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췌액이 분비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을 경우 소화액이 더 많이 분비되어야 해서, 췌장의 소화액을 쥐어 짜내야 하니 췌장은 점점 피로가 누적되어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췌액 분비가 부족해지면 위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되어 내려오는 미즙(음식물이 위액에 의해 분해되어 죽 상태가 된 물질)을 위산이 중화시키지 못하여 소장과 대장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산성 상태로 전달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췌장 자체의 부담도 누적되거니와 소장과 대장의 장 점막을 손상하고 대장의 유익균을 사멸시켜 대장의 기능이 점점 저하된다. 이로 인해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계기가 되고 위장의 운동성을 억압하여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3. 혀의 진실한 기능을 발휘하게 하자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혀의 맛에 의존한다. 단순하게는 ‘맛있다’, ‘맛없다’로 구분하고 다음으로 ‘간이 맞다’, ‘짜다’, ‘싱겁다’는 것을 구분해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양을 섭취하고, 먹는 즐거움을 영위한다. 그러다 보니 혀의 미각이 맛을 구분하여 맛있는 것을 찾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버렸는데 실제로는 혀의 미각은 음식을 판별하기 위해 존재한다. 곧 혀는 내가 소화할 수 있고 필요한 것은 맛있다고 신호하고 삼키는 역할을 한다. 소화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것은 맛없다고 판정한 후 뱉어내는 것이 혀의 본래의 역할이다.

 

쉽게 설명해서 혀는 개념상 췌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곧 췌장의 소화액 분비상태를 항상 점검하고 있어 혀가 맛있다고 판정할 때는 췌장으로부터 소화를 할 수 있다는 ‘승락’ 신호를 받은 것과 같다.

 

비위에 맞지 않는 음식이란 몸에서 원치 않는 음식 특히 췌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식을 먹는 취향이 다른 것은 비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유독 식사량이 적은 경우, 고기를 선호하는 경우, 푸성귀(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는 경우, 식사량이 많은 경우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비위에 따라 음식을 먹게 된다.

 

일반적으로 입이 짧다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먹는 양이 적은 경우인데 이때 부모는 아이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이의 식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부모가 원하는 만큼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가는 췌장에 부담을 주며 췌장의 구조와 기능을 방해하여 식욕이 증진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으로 미진한 상태를 굳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췌액 분비상황에 맞추어 먹는 곧 비위에 맞는 음식을 먹고 혀의 미각에 맡겨 혀가 호응하는 만큼만 먹으면 된다. 그러나 현대의 요리기술과 다양한 비법 재료들은 혀가 자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곧 혀를 속이는 조미료, 감미료, 기름의 코팅 등으로 혀와 췌장의 신호를 왜곡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현대인의 혀가 인스턴트 음식과 화학조미료 등에 길들면서 자연의 맛 대신 화학조미료의 맛을 느끼며 현대인의 혀가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위를 맞추어 먹는 것은 몸의 대사기능과 먹는 것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생명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 따라서 자신의 비위 상태를 인지하고 스스로 능력에 맞추어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면 그 자체를 인정해줘야만 한다. 그러한 바탕 속에 성장과 더불어 소화기능이 발달해서 완성되어 비위가 강한 아이, 잘 먹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바른 식생활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는 식욕을 살리는 방법과 단기적으로는 당장 먹고 살려는 방편을 다음 칼럼을 통해 얘기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