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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가나아트 컬렉션 기획상설전 '허스토리'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허스토리 리뷰》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미술 전시로 당시 여성작가들의 역사와 일상적 삶에 얽힌 개인적, 사회적 시선을 조망한다. 전시는 가나아트 컬렉션에 포함된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시작된다.

 

가나아트 컬렉션은 2001년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200점의 작품군으로 1980-90년대 한국의 사회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민중미술 및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을 포괄한다. 이 중 여성작가인 김원숙박인경송매희송현숙안성금한애규의 작품은 당시 가정 안에서 규정된 여성의 역할, 혼란한 시대상에 대한 인식, 여성 억압에 대한 암시 등 그들이 일상에서 마주한 사회에 대한 생각과 개인적 갈등을 보여준다.

  

암울한 정치상황 속에서 삶과 유리되지 않는 미술을 추구했던 민중미술은 주로 남성작가들이 주도한 소집단 미술운동과 함께 전개되었다. 노원희는 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의 구심점이라 할 수 있었던 ‘현실과 발언’의 여성회원으로 참여하며 당시 사회의 시대적 초상을 응축된 형상으로 그려냈다. 1980년대는 한국 미술에서 본격적인 여성주의 미술이 태동한 시기로 민중미술 계열 여성작가들이 전시를 통해 여성현실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변혁을 지향한 미술 흐름이었던 민중미술의 맥락에서 여성문제를 탐색하고 실천을 전개한 이들의 작품을 소환한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시원으로 불리는 1986년 《반(半)에서 하나로》전, 1987년부터 1994년까지 연례전으로 개최된 《여성과 현실》전, 1988년 여성시화전 《우리 봇물을 트자: 여성해방시와 그림의 만남》은 여성해방운동 차원과 문화적 차원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여성미술 전시로, 이러한 전시에 출품했던 김인순김진숙윤석남정정엽박영숙 등은 가나아트 컬렉션 여성작가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자아에 대한 탐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같은 시기 민영순윤진미와 같은 재외 한인 여성작가들의 작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발견된다. 이들은 서구 사회에 정착한 비서구 출신 이민자 여성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첩된 타자적 조건 속에서 디아스포라의 정서를 인종, 젠더, 국가, 역사, 기억의 차원에서 다루며 정체성을 작업의 주요 화두로 연결시킨다.

 

페미니즘 이슈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오늘날, 2000년 이후 꾸준하게 수집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여성주의 미술의 중요 기점이 되는 순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1980년대라는 시대와 사회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여성들의 교차되는 시선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