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2년 8월 1일 자 ‘한겨레21’의 특집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2022년 7월 15일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100m 동쪽의 강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등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강물 속 흙을 한 삽 퍼서 강가에 쏟아 놓았다. 모래와 검은 오니(더러운 진흙) 속에서 붉고 작은 것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붉은깔따구 애벌레(유충)이었다.
한 삽을 퍼올 때마다 한 마리꼴로 애벌레가 나왔다. 대여섯 삽을 퍼오자 모두 5마리가 나왔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의 벌레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환경부가 4급수 지표종으로 제시한 벌레이며 애벌레는 오니 속에서 산다.
현재 깔따구 애벌레는 본포취수장 부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수장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나온다. 7월 7일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7월 8일에는 석동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집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가정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도 모두 12건이 접수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집은 6만 5천 가구, 15만 명가량이다.“
애벌레는 낙동강 오염의 강력한 증거다. 한마디로 말하면 애벌레가 나오는 물은 4급수로서 수돗물로 쓰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애벌레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낙동강의 녹조다.
녹조는 4대강 사업이 끝난 직후인 2012년부터 낙동강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다. 한겨레21 기자가 찾아간 7월 15일에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창녕함안보 하류까지 낙동강 9개 지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녹조가 끼어 있었다. 녹조는 하류로 갈수록 더 심각한 상태다.
낙동강 주민의 식수가 위험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낙동강 주변 농민들은 4대강 보에 대해 우호적이다. 한겨레21 기자는 윤희철(63) 씨에게 “8개의 낙동강 보로 인해 녹조가 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윤 씨는 “4대강 사업 전에는 물이 자주 범람했다. 보가 홍수도 막고 농사에 쓸 물도 공급하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시 윤 씨에게 “녹조를 없애려면 보를 열거나 허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녹조가 심할 때는 열면 수질이 좋아지겠지만, 보를 허물 수는 없다. 녹조에 독성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도 공해를 일으키지만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오히려 이명박(전 대통령)이 여기 오면 우리가 술을 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왜 낙동강에서 특히 녹조가 심한가? 서울에서 가까운 남한강의 3개 보에서는 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가?
녹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강물의 체류시간이다.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에서 체류시간이 모두 늘어났지만, 강마다 다르다. 낙동강에 만든 8개의 보는 저수용량이 매우 커서, 낙동강물의 체류시간은 평균 8.6일에서 100.1일로 11.6배나 늘어났다. 한강에 만든 3개의 보는 저수용량이 작아서 체류시간은 3.4배 늘어났을 뿐이다. 녹조가 발생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필자가 2017년에 발표한 자료가 있다. 관심이 있는 독자는 아래 주소로 들어가 확인해 보기 바란다.
▶ <4대강 사업이 가져온 심각한 수질오염> 글 보러가기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보를 해체하라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의 해체를 반대하는 일부 국민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용어의 선택에서부터 신중했다. ‘4대강 보 해체’라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용어 대신 ‘4대강 재자연화’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에서는 2019년 8월에 민간위원 19명을 포함하여 모두 39명의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물관리위원회에서는 보 개방 실험과 관측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는 2021년 1월에 4대강 16개 보의 최종 처리방침을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금강보 3개: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는 상시 개방
영산강보 2개: 죽산보는 해체, 승촌보는 상시 개방
한강 3개 보: 유보하면서 개방 실험을 계속한다.
낙동강 8개 보: 유보하면서 개방 실험을 계속한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4대강 재자연화 반대가 특히 심했다. 낙동강 유역에는 취수장과 양수장의 취수구가 높게 설치되어 보를 해체하면 취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취수시설의 개선 공사를 마친 뒤에 처리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취수시설 개선 공사를 위해 환경부는 2022~2025년 동안에 9183억 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을 세웠고, 2022년도에 399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4대강 보의 운명이 불확실해졌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의 한화진 장관은 7월 18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4대강 보는 물 이용 여건, 수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보 활용성을 높이겠다. 금강, 영산강은 진행 중인 감사원 공익 감사 결과를 반영하겠다.”
환경부 장관의 보고에서 핵심적인 단어는 ‘보 활용성 제고’이다. 이것은 보를 철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나타낸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 장관의 보고 이후 즉각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임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있다. 흐르지 못해 썩어가는 강과 국민이 겪게 될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결정이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대한 공식 폐기 선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7월 29일 국회법제사업위원회에서 감사원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해서 문제를 일으켰다. 최재해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에서는 현재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에 발표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과 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 과정이 타당했는지 공익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 결과는 기다려보지 않아도 뻔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은 윤석열 정부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필자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4대강 16개 보는 새 정부 5년 동안에는 건재할 것이다. 낙동강의 녹조라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