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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구 시인의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영혼이 허전한 이들을 위한 인물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누구인가>를 쓰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돈, 명예, 여자, 섹스, 마약, 술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탐했던 것 던져버리고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사람

      -허홍구 시 ‘이장희’ 시 가운데서 -가수

 

내게 백내장 수술을 해준 특별한 의사

수술을 하기 직전 내가 들었던 그의 기도소리

 

수술 전 의사의 특별한 기도의 체험은 감동이었고

눈보다 먼저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 왔다

          –허홍구 시 ‘이재용’ 시 가운데서 -안과의사

 

빛이 통하지 않는 곳은 캄캄한 암흑의 세상이다

바람마저 통하지 않으면 숨막히는 감옥같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반목과 불신으로 이어지고

노사가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회는 행복하다

 

그 소통의 도구는 정직한 마음이며 말과 글이다

뭔지도 모르고 남 따라 흉내 내는 의식은 가짜다

스님들만 아는 어려운 불교의식을 한글로 풀어써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스님

 - 허홍구 시 ‘법현스님’ 가운데서 – 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두메산골마을에 작은 교회 젊은 목사님이다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많은 산골마을의 교회

20여명 신도들에게 알림글을 돌렸단다

 

보일러나 냉장고 등 전기제품이 고장나거나

텔레비전이 안 나오거나 무거운 것 들어 옮길 때

농번기 일손을 못구할 때는 전화하도록 안내했다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생각 말고 바로 전화하고

마음이 슬프거나 괴로울 때도 전화하라 당부했다

    -허홍구 시 ‘김선주’ 가운데서 -충북 산골 교회 목사

 

이는 신간 ‘허홍구 시인의 100인 100시(인물시)’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에 나오는 시다.

 

흰색 바탕에 아담한 크기의 시집은 한 손안에 쏙 들어오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시어들은 무한대다. 사람 곧 인물에 대한 시라 울고 웃는 우리들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 같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은 하나 같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 예사로움 속에, 허홍구 시인 만의 날카로운 관찰이 순간 포착의 명장면을 찍는 사진가의 렌즈를 능가한다. 그래서 한번 손에 들면 끝장을 보게하는 요즘 보기 드문 군더더기 없는 명시(名詩)들로 가득하다.

 

 

허홍구 시인과의 인연은 그가 광화문의 사무실을 드나들 때부터이니 십여 년도 훌쩍 지났다. 키도 훤칠하고 인정도 넘치던 허 시인은 가끔 사무실 사람들에게 파전과 막걸리를 대접했다. 그리고 그의 ‘인물시’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처럼 들려주곤 했었다. 그런 그가 새 시집을 냈다고 보내왔다.

 

시집 제목에서 느끼듯 이번 신간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에는 100명의 인물이 나온다. 목사, 스님, 가수, 의사, 수필가, 시인, 식품회사 대표, 서예가, 교사, 학생, 염매시장 아지매, 출판사 사장, 축구감독, 신문기자, 노동자, 대통령, 씨름선수, 식당주인, 화가, 금속공예가... 그야말로 100인 100색이다. 한국인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싸워온 노벨평화상 수상자(2014)인 17세의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나오는 가하면, 권좌에서 물러나면서도 존경의 박수를 받은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2010-2015)까지, 시인의 마음 속의 렌즈에 꽂히면 여지없이 명시로 탄생하는 것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은 이 책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렸다. 이 가을, 한권의 책을 목마른 심정으로 찾고 있는 분께 강추(강력추천)하는 바다.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허홍구 지음, 북랜드,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