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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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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교화 말하는 서양의 편견, 오리엔테이션

《미술쟁점》, 최혜원, 아트북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82]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얼마 전에 보려고 책상 한편에 쌓아놓은 책들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전에는 바닥이 드러나기 전에 미리 책을 주문하여 항상 볼 책이 쌓여있었는데, 이번에는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가만히 있었습니다. 새 책만 계속 볼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았던 책 가운데서 기억에 남는 책을 다시 보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바닥이 드러나자 ‘무슨 책을 볼까?’ 하며 책장을 둘러보는데, 그런 내 눈에 먼저 《미술쟁점》이란 책이 들어왔습니다. 최혜원 씨의 호 청련(靑蓮)은 푸른 연꽃이란 뜻이겠지요? 청련은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직접 화가로도 활동하면서 아트컨설팅, 경매기획자 등의 일도 하고,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강좌에서도 미술을 가르칩니다. 그러다가 조선일보에 「명화로 보는 논술」을 연재하였는데, 이 책은 그렇게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책 제목이 《미술쟁점》이지요? 책 제목에서부터 시중에 널려있는 일반 미술이야기 책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청련은 책을 내며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수많은 명화를 보고 있자면 수백 년 전의 사람들

세계적 명문가는 어떻게 아이를 공부시켰을까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 글 최효찬, 그림 최현정 / 스콜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4) 금년에 낙백(시험에 떨어지니) 하니 나그네 마음 놀라워 외로운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네 계룡산 짙은 구름은 푸른색 묻어 버리고 금강의 높은 물결은 차가운 소리 으르렁 저무는 하늘 비바람에 돌아갈 길 캄캄하구나 과거에 떨어지고 돌아갈 면목이 없는 선비의 비참한 심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오는 김득신이 쉰넷의 나이에 또다시 과거에 낙방하고 상심한 마음으로 쓴 시다. 그는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가, 다시 과거 시험에 도전해 결국 쉰아홉 살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듯이, 공부하는 분위기도 집집마다 다르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은 모두 공부를 중요시하는 가풍이 있었지만, 어떤 점을 중히 여기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최효찬이 쓴 이 책,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은 뛰어난 학자와 관료를 배출한 동서양의 가문들이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는지 보여준다. 우리 명문가를 다룬 1부에서는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청장관 이덕무, 백곡 김득신을 다루고, 세계 명문가를 다룬 2부에서는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타고르, 발렌베리, 로스차일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퇴계 이황

노비 출신 소년, 형조판서가 되다

《차별을 뛰어넘은 조선 영웅들》 김은빈, 뜨인돌어린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차별은 참 서럽다.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다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일들이 차별에 가로막힌다. 지금이야 양반과 상민의 구분이 없고 성별에 따른 차별도 거의 없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신분계층과 남녀에 따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차별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차별에 가로막히면, 포기한다. ‘그냥 이번 생은 그러려니’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기도 한다. 조선시대도 그랬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차별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꿈을 포기했다. 그러나 그때도 꿋꿋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차별 때문에 꿈을 이루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꿈을 이루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은빈이 쓴 이 책, 《차별을 뛰어넘은 조선 영웅들》에 나오는 여섯 명의 위인이 그 주인공이다. 차별에 허덕이다 귀인을 만나고, 천운을 만나 꿈을 이뤘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기도 기회가 되고, 무심코 지나칠 일도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1480년 무렵, 한양에 반석평이라는 소년이 살았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이 참판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인생책’, 《논어》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 황병기, 풀빛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2018년, 향년 82살로 별세한 황병기 명인은 한국 가야금계의 독보적인 장인으로, 대표작 ‘미궁’을 비롯해 신라음악을 되살린 ‘침향무’ 등 많은 실험적인 곡을 작곡해 가야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런 그가 가장 아끼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논어》다. 여러 가지 번역서를 참고해서 《논어》를 정독하고, 보석처럼 마음에 새길 말씀만 100문장을 모아 그만의 ‘논어 명언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을 외출할 때 품에 지니고 다니며 읽었다. 이 책은 논어 명문장에 이런저런 생각을 곁들여 쓴 수필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황병기 명인을 만든 철학의 팔 할이 《논어》라는 생각이 든다. 거장에게는 항상 그의 삶과 작품을 추동하는 철학이 있다. 그는 《논어》를 통해 언행을 정제했고, 늘 수양하며 구도하듯 음악을 했다. (p.158) 옛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다. -<위정>편 11장-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작정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말고 옛것을 충분히 익힌 후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옛것을 모르고 새로운 것만 좇으면 허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황병기 명인의 여정 또한 그랬다. 19

‘책임지는 용기’가 두드러진 유성룡의 《징비록》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 글 최지운, 그림 조윤주, 상상의집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 공자의 《시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난 일의 잘못을 주의하여 뒷날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심한다.” 이 구절이 바로 《징비록》을 쓴 이유이다. 징계할 징(徵). 삼갈 비(毖). 부끄러운 잘못을 스스로 꾸짖고 앞으로 삼갈 바를 살펴본다는 뜻이다. 승리를 복기하기는 쉬워도, 패배의 자취를 더듬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특히 한 나라의 정승으로, 임금 다음으로 그 패전에 책임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징비록》을 쓴 유성룡의 ‘책임지는 용기’가 대단한 까닭이다. 최지운이 쓴 이 책, 《책임지는 용기, 징비록》은 망국이 눈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시기, 전쟁을 총지휘하며 이끌었던 한 재상의 ‘전쟁회고록’을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전후 사정뿐만 아니라, 최고위급 관료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세세한 일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훗날 숙종은 책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기도 했다. 전쟁을 총지휘하는 자리에 있었던 유성룡은 모든 사건을 보고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전쟁에 대해 총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전쟁을 가장 높은 시점으로 조망할 수 있었던 이런 인물이 붓을 들지

백류(百流), 일본에 백제문화 알린 아직기와 왕인

《아직기와 왕인, 백제의 문화를 왜에 알리다》, 글 우리역사연구회, 엠엘에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류(韓流). 우리 문화가 파도처럼 흘러가 세계를 매료시키는 현상이다. 드라마에서 음악, 그리고 이제는 소설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우리 문화는 현지에서 변주를 거듭하며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이 옛날에도 있었을까? 물론이다. 그것도 상당히 먼 옛날에 말이다. 바로 일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한 아직기와 왕인이 그 처음이다. 이들 덕분에 아직도 일본에는 백제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일찍이 왜는 백제와 가까이 지내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백제 근초고왕은 왜왕에게 ‘칠지도’라는 칼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런 교류의 연장선에서 백제에서 학문으로 이름 높던 박사였던 아직기는 임금의 명으로 왜로 파견되었다. 아직기를 왜로 보낸 임금은 정확한 기록이 없어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근초고왕이나 근수구왕, 아신왕 가운데 아신왕이 가장 유력한 설로 인정받고 있다. 아신왕 때 왜와 교류가 무척 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기는 말 두 필과 칼, 거울을 가지고 왜로 건너갔다. 왜왕에게 말 타는 법과 기르는 법을, 토도치랑자 왕자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다.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건너가 토도치랑자 왕자와 왜의

“혼자서 어려울 테니 같이 굶자”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 배연국,글로세움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77]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그동안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글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배연국 소확행 아카데미 원장이 이번에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란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배원장이 지난 10년 동안 날마다 아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배달한 행복 편지들 가운데서 고른 글을 모은 것입니다. 저도 배 원장님의 행복 편지를 받는 애독자이지만, 배 원장님은 이렇게 매일 아침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배달해 줍니다. 배 원장님의 행복편지는 그동안 구독자들의 넘치는 사랑으로 천만 뷰를 넘어섰다네요. 축하드립니다. 배 원장님! 그래서 배 원장님은 그 사랑에 응답하기 위해 그 가운데서 99개 행복편지를 골라 이번에 인디언 달력에 실어 우리에게 보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99가지 이야기를 1월부터 12월에 나누어 배치하고, 각 달마다 그 달을 특징짓는 열쇠말과 인디언의 경구를 싣습니다. 이를테면, 1월은 ‘꿈’의 달이고, 여기에는 인디언 테와 푸에블로족의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이라는 표제를 붙입니다. 왜 인디언의 경구로 매 달을 열었을까요? 배 원장은 책을 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인디언들은 원래 영혼이 넉넉한 삶을 살았다

귀신 잡는 선비, 안종약 이야기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안종약》 글 박민호, 머스트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안종약. 이 이름은 아마 모두에게 퍽 낯설 것이다. 안종약은 조선 초부터 인조 임금 때까지의 신비로운 야사(野史)나 일화를 모아 놓은 《대동야승》에 ‘귀신을 알아보고 퇴치한’ 선비로 실려있는 인물이다. 지금도 귀신 이야기는 지나가던 사람까지 솔깃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 알 수 없는 두려움, 공포란 감정에 끌리는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현실적인’ 일상에, 비현실성을 지닌 비일상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숨통을 틔워주기도 한다. 박민호가 쓴 이 책,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안종약》은 《대동야승》에 실린 ‘귀신을 알아보고 퇴치한 안종약’이라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편집한 책이다. 《대동야승》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쓴 책을 모아 놓은 책 모음으로, 안종약 이야기는 그 가운데 《용재총화》에 실려있다. 《용재총화》는 조선 시대 학자 용재 성현이 지은 책인데, 민간 풍속이나 역사, 지리, 종교, 음악 등 문화 전반을 다룬다. 유명인들의 일화나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아 당대 문화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안종약은 학문이 높아 행동이 떳떳하고 남한테 정직했고, 덕은 깊어 마음이 깨끗하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