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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머리 깨우치게 해주는 《신 경세유표》

강효백 교수의 우리나라를 향한 고민과 대안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02]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쓴 《新 경세유표》를 읽었습니다. 강 교수는 대만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베이징대학과 중국인민대학 등에서 강의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대만대표부와 상하이 총영사관을 거쳐 주중국대사관 외교관을 12년 동안 지낸 중국통입니다. 그렇기에 《G2시대 중국법 연구》, 《중국인의 상술》, 《차이니즈 나이트 1ㆍ2》 등의 중국 관련 책들을 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면서 모두 30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新 경세유표》는 올 1월 말에 나온 책입니다. 《경세유표》라면 우리가 잘 알듯이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도중 쓰신 책 아닙니까? 다산은 썩어빠진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 등을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경세유표》를 쓰셨지요. 그러니까 《新 경세유표》라면 강 교수가 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쓴 책임을 직감할 수 있겠네요.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나는 의문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학문은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학문이 그대로 마침표로 남아있으면 그 학문은 더 이상 발전이 없고, 그 학문은 점차 독단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강 교수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에도 과감하게 의문을 던집니다. ‘과연 그럴까? 왜 그렇지? 더 나은 최선은 없는가?’ 하면서... 강 교수는 이를 낚싯바늘을 닮은 갈고리 모양의 무수한 ‘?’들을, 낡은 가치와 규범의 바다에 주낙으로 드리운다고 비유합니다.

 

이어서 강 교수는 ‘나는 비판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판하면서 강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존의 것을 일방적ㆍ기계적으로 검증 없이 수용하는 구조를 혁파하고자 한답니다. 그리하여 아직 잠자고 있는 진실의 어깨를 흔들어 깨워서 세상으로 나오게 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는 것은 처음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를 보면 코페르니쿠스처럼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지요. 그래도 강 교수는 이 길을 나아가겠답니다. 강 교수는 진실은 비극을 각오해야 한다는 역설의 진리에 온몸으로 울었다고 하네요.

 

비판만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강 교수는 다음으로 ‘나는 창조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강 교수는 대안 없는 비판은 백해무익하다며, 단순한 비판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대안 제시가 사회과학에서의 창조이지요. 이렇게 강 교수는 세 개의 화두를 차례로 던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정해진 답에 삶을 꿰맞추는 건 끝났다. 누가 왜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르는 가치와 규범에 복종하고, 이미 정해져 있던 길을 따라 이어가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 깊은 의미, 더욱 높은 목표, 더욱 귀한 가치로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지능은 변화의 지능 SQ(Spritual Quotient)이다. 그것은 규칙을 바꾸고 상황을 개조하는 능력으로 배를 출항하게 하고, 경계를 허문다.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과 비전을 제시한다. 체계내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체계 선도적 사고를 하게 한다.”

 

강 교수가 쓴 많은 책은 강 교수가 이렇게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고, 창조하여 낸 결과물이겠군요. 저는 강 교수의 책중에서도 《애국가는 없다》, 《두 얼굴의 무궁화》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강 교수는 우리가 당연시하던 애국가와 무궁화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이를 파고들어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고 새로운 국가(國歌), 새로운 국화(國花)도 제시하였습니다.

 

강 교수가 이렇게 의문, 비판, 창조할 때 단순히 자기 생각만을 밝힌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의문, 비판, 창조를 위해 강 교수는 방대한 역사자료와 현세의 각국 자료들을 다 섭렵하고 확실한 근거 아래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합니다. 저는 당시 이 책들을 읽으면서 제 기존관념이 망치로 깨져나가는 충격을 받고, 그래서 그에 대한 독후감과 칼럼을 쓰기도 하였지요. 이런 경험이 있기에 얼마 전에 오래간만에 만난 강 교수가 《新 경세유표》를 나에게 선물했을 때 《新 경세유표》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강 교수는 《新 경세유표》에서 제시하는 글들을 모두 4개의 큰 주제로 분류하여 모두 36개의 꼭지로 수록하였습니다. 이걸 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테고, 그 가운데 주제별로 한두 가지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강 교수는 첫 번째 주제로 ‘일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중 첫 번째로 국회의원 금배지에 대해 말합니다. 이제 보니 이게 일제의 잔재네요. “국회의원이 배지를 달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정도밖에 없다. 의원 배지는 권위주의적인 낡은 정치의 유물이며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마땅히 폐지하여야 한다.” 강 교수가 인용하고 있는 일본 중의원 의원 오타 세이치의 2006년 발언입니다.

 

그러네요. 국민의 공복인 국회의원이 금배지를 단다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낡은 정치의 유물입니다. 왜 나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지? 나한테도 변호사 배지(보람)가 있기에 그런 생각을 못 한 것인가? 사실 저도 권위주의적인 것을 싫어하여 변호사 배지는 잘 달지 않고, 그러다 보니 그나마 배지도 잃어버려 변호사협회에 재교부 요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배지를 다는 직종이 우리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그 배지도 계급별로 다르다고 합니다. 일본이 아직도 극우보수 정치인들이 활개를 치며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이 이런 풍토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세비(歲費)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강 교수는 ‘세비’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합니다. 세비는 일본식 용어랍니다. 당연히 국회의원에게 주는 보수를 ‘세비’라고 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저는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쳤는데, 가만히 보니 국회의원 보수 외에 ‘세비’라는 용어를 쓰는 직종은 없네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만 머슴이니 종복이니 하며 유권자들에게 굽신거리지, 당선되고 나면 거드름 피우는 것이 이런 금배지와 세비의 영향도 무시 못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보 제1호는 남대문, 보물 제1호는 동대문으로 지정한 것에 익숙해 있지 않습니까? 남대문, 동대문보다 더 우수한 문화재가 많은데도 말이지요.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제2군은 남대문으로,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제1군은 동대문으로 한양에 입성하였습니다. 그렇군요. 일제는 자신의 한양 점령을 은연중 나타내기 위하여 국보 제1호를 남대문, 보물 제1호를 동대문으로 지정한 것이겠군요. 그리하여 일제가 만들어 놓은 문화재 지정체제를 그대로 답습한 것에 대해 비난이 많자, 현재 문화재청은 새로운 문화재 분류체계를 검토하고 있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경계는 세워라’라는 주제의 글에서는 강 교수는 대한영토를 ‘3천 리’에서 원래 부르던 ‘동서 2천 리, 남북 4천 리’로 회복하자고 하고, 국호도 원래 부르던 ‘Corea’로 회복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해양 영토 면적 표기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한-중-일 3국의 국내 통계 자료 가운데 한국만 해양 영토 면적 표기가 없다고 합니다. 중국은 ‘육지 면적 963만km2, 해양 면적 약 470만 km2’로, 일본은 ‘육지 면적 37.8만km2, 해양은 EEZ + 영해 합계 447만km2’로 표기함에 견줘 우리나라는 해양 영토 표기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랬나요? 조선은 공도(空島) 정책과 쇄국정책을 펴며 대륙의 중국만 바라보다가 망하였는데, 오늘날 해양강국을 외치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것 하나 챙기지 못하고 있었나요? 하아! 자기 전공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기에도 바쁜 강 교수는 이런 것까지 찾아내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그려.

 

‘법은 버전업하라고 있다’라는 주제에서는, 강 교수는 세계적으로 대통령 단임제는 사라지고 있다면서 대통령 연임제 개헌이 시급하다고 하고 있고, 국회의원 임기도 2년으로 단축해야 하며, 국회의원 최저 임금제 봉사직화가 시급하다고 합니다.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의 보수(세비)는 1인당 GDP의 5.27배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답니다.

 

반면 각종 지표를 통해 측정한 보수 대비 국회의원의 경쟁력은 꼴찌인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보수 대비 의원의 경쟁력이 최상위권인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국회의원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보다 훨씬 적은 보수를 받는답니다. 보수만 적은 것이 아니라, 덴마크 국회의원 대부분은 자전거로 출근하고, 스웨덴 국회의원은 회기 중 결근할 때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결근 기간 보수를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러니 강 교수가 국회의원 최저 임금제 봉사직화가 시급하다고 하는군요.

 

마지막 ‘법은 어떻게 미래가 되었나’ 주제에서, 강 교수는 지폐에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담자고 하고,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로잡고 근로기준법 대신 노동기본법을 제정하라고 하며,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법인세에 관해서도 얘기합니다. 그리고 강 교수는 우범소년 제도는 없애고 촉법소년 연령은 낮추라고 하는데, 이 부분 글에서도 저는 그동안 생각 없는 법조인으로서 살아온 것에 대해 반성하게 됩니다.

 

소년법 제4조는 제1항 제3호에서 우범소년을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고 그의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이라고 하면서, 가. 목에서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性癖)이 있는 것’, 나. 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것’, 다. 목에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2항에서 이러한 소년이 있을 때는 경찰서장은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강 교수는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실제 죄를 범한 범죄소년과 똑같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자 낙인 효과만 강화할 뿐 소년 범죄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경찰서장이 직접 관할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느냐면서, 이는 일본에도 없는 규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현재 우범소년을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고, 세계 정상적 국가에서는 우범소년을 아동복지법에서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2018년 10월에 한국에 우범소년 규정 삭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군요. 그러네요. 단순히 범죄 우려가 있다고 하여 소년을 범죄인 취급하다니... 이는 히틀러의 나치나 일본 군국주의 아래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규정인데, 우리나라가 아직도 이런 규정을 두고 있다니... 아! 저도 이 소년법 규정을 보았을 텐데, 저는 왜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였을까요? 정말 강 교수님 글을 보면서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新 경세유표》의 마지막 쪽을 넘기면서, 과연 책 이름을 《新 경세유표》라고 붙일 만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생각 없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 끝없이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강 교수님! 저에게 <《新 경세유표》를 주셔서, 굳어있는 제 머리를 깨우치게 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