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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큰어미 강짜 새암

     누구라 당하리요

 

서럽다 서럽다 한들 내 신세에 비할손가. 족보에도 못 오르는 작은어미 되었구나. 조실부모하고 밑으로 동생이 넷, 젓배도 걸식하고 이 골 저 골 떠돌다가 객줏집 술청에서 허접한 갓 밑으로 기르다 만 염소수염에 낯바닥인지 손바닥인지 물꼬 패인 늙은 양반 만나 내 꼴이 니 꼴 같고 니 꼴이 내 꼴 같아 못난 정도 정이라고 여기까지 왔건마는, 큰어미 없다 하여 대라도 이을 요량, 인삼 찌꺼기에 녹용국물 얻어 멕여 삭정이 같은 아랫도리 하룻밤 사랑으로 애지중지 키운 씨앗 욕지기 참아가며 열달을 보냈건만, 팔자소관 기막혀서 내 자식 낳아본들 큰어미 자식되고 서러운 처첩살림 불을 보듯 뻔할 뻔자.

 

     낸들 와

     할 말 없것소

     큰어미야 작작하소

 

 

 

 

<해설>

 

큰어미는 큰어미대로 작은어미는 작은어미대로 할 말 있다. 이런 하소연을 사설로 담아본다.

 

알고 보면 여자로 태어난 순간부터 한 많은 인생 시작된다. 그래도 큰어미는 족보에도 오르고, 자식 낳으면 과거 시험도 볼 수 있는데, 첩살림에 등골 휘는 작은어미는 눈칫밥에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하긴 큰어미는 다 늙고 병들어 영감님이 쳐다보지도 않는데, 그래서 작은어미는 젊고 이쁘니 영감님한테 귀여움은 받으니 그걸로 위안 삼아 살아본다.

 

어쩌다가 남의 집 첩이 되었을까? 아래로 동생이 넷, 젓배 걸식하고, 떠돌다가 객줏집 술청에서 늙은 양반 만나 못난 정도 정이라고 여기까지 왔으니 팔자소관이라 생각하고 살아간다. 큰어미야 제발 첩이라고 그리 보지 말더라고. 낸들 여염집 여자처럼 살고 싶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