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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 이어령] 이어령의 문단활동 연대기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평생을 문단에 몸담은 이어령은 소설, 희곡,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창작가였으며 나아가 문학과 창조적 일상의 바탕이 되는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사전 집필로 승화시킨 다재다능한 문학인이기도 했다.

 

문학 소년 이어령의 문단 데뷔

 

어릴 적부터 세계문학을 탐독하고 릴케의 시를 사랑했던 이어령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문학작품을 창작한 문학 소년이었다(호영송, 2013, pp. 49-52). 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였고 공식적인 등단 이전부터 시, 소설, 평론을 발표했다. 그의 첫 발표작은 시 「마을」(『대학신문』, 1952.10.6.)과 소설 「초상화(肖像畵)」(『대학신문』, 1953.6.15.)였다. 이어서 그는 「환(幻)」(『문리대학보』, 1954.1.), 「환상곡(幻想曲)」(『예술집단』, 1955.7.), 「마호가니의 계절」(『예술집단』, 1955.12.), 「사반나의 풍경(風景)」(『문학』 창간호, 1956.7.) 등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하며 창작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처음으로 지면에 실린 평론은 「이상론-순수의식의 뇌성(牢城)과 그 파벽(破壁)」(『문리대학보』, 1955.9.)이며, 이어령을 전도유망한 신인으로 만들어준 평론 「우상의 파괴-문학적 혁명기를 위하여」는 1956년 5월 6일 『한국일보』에 실렸다. 같은 해 평론가 백철의 추천을 받아 「현대시의 UMGEBUNG와 UMWELT-시비평·방법서설」(『문학예술』, 1956.10.)와 「비유법논고」(『문학예술』 11·12월호, 1956)를 발표하면서 평론가로 정식 등단하였다.

 

「우상의 파괴」로 등단 전부터 유명세를 탄 이어령은 1950년대의 신세대 비평가들의 선두에 서서 기성 논단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새로운 문학에 대한 사유, 그리고 전문화된 비평을 주장하며 현실에 참여하는 문학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이어령의 문학 평론들을 모아 발간된 첫 평론집이 바로 『저항의 문학』(1959)이다. 이후에도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저항성을 가진 문학을 주장한 이어령의 평론집으로는 『전후문학의 새물결』(1962), 『통금 시대의 문학』(1966) 등이 있으며, 문학 이론서로는 학위논문 「문학공간의 기호론적 연구: 청마의 시를 모형으로 한 이론과 분석」(1986)을 바탕으로 한 『공간의 기호학』(2000)이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창작가

 

이어령은 평론가이면서 동시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작가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장군의 수염」(1966.3, 『세대』), 「무익조」(1966.5, 『사상계』), 「암살자」(1966.9, 『한국문학』), 「전쟁 데카메론」(1966.12, 『주간한국』), 「환각의 다리」(1969.4, 『세대』) 등의 소설을 창작하였으며, 이후에도 신문연재소설 「둥지 속의 날개」(『한국경제신문』, 1983.2.18.~12.30.), 「홍동백서」(『민족과 문학』, 1993.1) 등의 작품을 창작하였다. 소설집으로는 『이어령 소설집, 장군의 수염/전쟁 데카메론 외』(1966, 현암사), 『환각의 다리』(1977, 서음출판사), 『둥지 속의 날개』(1984, 홍성사), 『무익조』(1987, 기린원), 『홍동백서』(2004, 범우사) 등이 있으며, 2002년부터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한 이어령 전집 시리즈인 ‘이어령 라이브러리’의 『장군의 수염』 과 『환각의 다리』 에서 소설 전작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희곡 작가로서 연극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기적(奇蹟)을 파는 백화점」(1976, 『대화』), 「사자(死者)와의 경주」(1977, 『세대』) 등이 있다. 말년에는 창작해온 시들을 모은 두 편의 시집을 발간하였다. 첫 시집은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2008, 문학세계사)이며 두 번째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2022, 열림원)는 작고 후에 출판되어 유고 시집으로 남았다.

 

또한 이어령은 신문과 잡지에 사회, 문화에 관한 각종 논설문을 기고하였는데, 한국인과 한국문화, 해외 문화에 대한 문화 비평이 주를 이루었다. 대중에게 이어령이 문화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역시 경향신문에 연재된 한국인의 초상에 대한 에세이를 모아 출간된 것이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단평 「문화 근대화의 성년식」(대한일보, 1968.8.15.), 「일본을 해부하다」(동아일보, 1982.8.14.), 「한국인과 ‘마늘 문화’」(조선일보, 1984.2.18.), 「신한국인」(조선일보, 1985.6.18.~8.31.) 등에서 볼 수 있듯 이어령은 식민지 경험에 이어 서구적 근대성이 유입되는 가운데 한국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한 전후 지식인이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평생토록 세계화라는 새로운 흐름 앞에서 문화적 정체성과 독자성을 찾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평생에 걸쳐 수십 권의 에세이집을 남긴 에세이스트 이어령의 대표적인 에세이집으로는 『오늘을 사는 세대』(1963, 신태양사), 『현대인이 잃어버린 것들』(1971, 서문당), 『지성과 사랑이 만나는 자리』(1983, 마당문고사), 『뿌리를 찾는 노래』(1986, 기린원), 『나를 찾는 술래잡기』(1994, 문학사상사), 『젊음의 탄생』(2008, 생각의 나무),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열림원),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2012, 열림원), 『눈물 한 방울』(2022, 김영사) 등이 있다.

 

창조의 바탕, 우리말 사전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서 이어령이 1984년에 설립한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는 1992년부터 10년 동안 이루어진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이다.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사전 편찬에 대한 이어령의 염원이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기획의 초석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이어령 본인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전들을 직접 집필하였다. 이어령은 단순히 전통을 지키려는 목표를 넘어, 사유의 바탕이자 문화와 역사가 담긴 틀이 되는 언어의 중요성 때문에 우리말 연구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우리말이 창조의 바탕이므로 그러한 우리말을 정식으로 연구하고 정리한 사전의 중요성을 일찍이 강조하였던 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이어령의 생각들은 다양한 사전들에 담겨 있다. 이어령은 한국문학사를 문인별로 정리한 『한국문학연구사전』(1990, 우석)과 같이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사전도 집필하였지만 고금(古今)의 명언이나 일상의 언어들에 대한 독창적인 사전도 편찬하였다. 국내 최초의 인용어 사전으로 고전과 현대의 다양한 명언·명문을 수록한 『문장백과대사전』(1988, 금성출판사)과 『뉴에이스 문장사전』(1988, 금성출판사)이 바로 이어령이 펴낸 첫 사전들이다.

 

창조적인 일상의 바탕이 되는 인용어 사전이라는 획기적인 기획은,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2002, 문학사상사)과 같이 일상에서 사용되는 우리말, 한자어, 외래어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사전의 편찬으로도 이어졌다. 이처럼 이어령은 문학과 문화를 넘어 그 바탕이 되는 언어의 사용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를 창조적인 일상으로도 연결하고자 한 문학인이었다.

 

[집필]

표유진(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감수]

김지혜(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
연남경(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김혜진(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졸업.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초빙교수)

 

<국립중앙도서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