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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 극락보전은 아미타불

이뭐꼬의 구도이야기 12 (금산정사 방문기 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새벽 6시에 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연담거사가 안 보인다. 어디로 갔을까? 한참 지나 단정한 모습의 연담거사가 들어온다. 물어보니 새벽 4시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무등산에 있는 증심사에 가서 참선을 1시간 하고 왔단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불교를 믿으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증심사에 가 보니 법정 스님이 법회를 하러 오신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더란다.

 

법정 스님은 내가 좋아하는 스님인데. 나는 법정 스님의 작은 수필집 《무소유》를 좋아한다. 혼자 읽기에는 정말 내용이 좋고, 또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나는 내가 가르치는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무소유》를 읽고 독후감을 3장 이상으로 써내라는 과제를 낸다. 독후감을 내는 학생에게는 무조건 5점을 준다.

 

 

이러한 다소 엉뚱한 과제를 1990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아마도 3,000권 이상 책을 팔아주었을 것이다. 그날은 바빠서 증심사에 못 갔지만 언제 법정 스님을 만나면 내가 많은 책을 팔아주었으니 점심이라도 한 끼 사시라고 청해야겠다. (주: 그 후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법정 스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스님은 2010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우리는 소나타 승용차를 빌려 8시 반에 광주를 출발, 송광사로 향하였다. 조계산의 송광사는 현정스님이 있는 거금도 가는 길목에 있다. 송광사는 삼보사찰 중의 승보사찰이라는데 텔레비전에서만 보았지 한 번도 구경을 못 해서 일정에 넣었다. 송광사는 16국사가 배출된 가람으로서 훌륭한 스님이 많았다고 한다. 신라 말에 혜린 선사가 송광사를 창건했는데, 보조국사 등 큰 스님이 많이 배출되었단다. 법정 스님도 송광사 출신이고 해서, 어쨌든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절이었다.

 

송광사에는 때마침 늦은 여름이어서 매미 소리가 요란하고 목백일홍이 여기저기에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대개의 꽃이 10일을 못 가는데, 목백일홍은 백일홍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나뭇가지에 분홍색이나 빨강 색깔의 작은 꽃이 백 일 동안 계속 피는 꽃으로 관상수로 적당한 꽃나무이다.

 

송광사 옆에는 시원한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연담거사의 설명에 의하면 절 옆에 물이 흐르면 일단 그 절은 교(敎) 중심인 절이라고 볼 수 있고, 개울물이 없으면 선(禪) 중심이라고 볼 수도 있단다. 참선하려면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장소가 좋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 불교에 관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연담거사에게서 배웠다. 절에 가면 제일 큰 기와집(그러니까 법당이라고나 할까)의 이름이 어느 절에는 대웅전 또는 극락보전이라고 써있다. 나는 그전에는 몰랐는데, 모신 부처님의 이름에 따라 법당 이름이 달라진다. 대웅전에 앉아 있는 큰 부처님은 석가모니이고 극락보전에 앉아 있는 분은 아미타불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좌우로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경우에 양쪽의 부처님을 협시보살이라고 한단다. 협시보살 중 머리에 관을 쓰고 앉아 있는 분은 관세음보살이라고 한다. 관세음보살이 쓰고 있는 관의 특징은 가운데에 작은 아미타 부처님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또 지팡이처럼 생긴 것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분은 지장보살이다.

 

그 밖에도 불교에는 수많은 보살이 있는데 보살이란 ‘깨달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기독교에서 신으로 인정하는 예수를 나름대로 깨달은 사람이라고 인정하여 ‘예수 보살’이라고 부른다니,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기가 막힌다고 해야 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절에서 스님의 식사(불교 용어로는 공양)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을 존칭으로 모두 보살님이라고 부른다니, 세상에 이렇게 보살이 많아서야···. 불교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 건물 저 건물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다가 위쪽으로 올라가니 작은 부도(돌아가신 스님의 묘비)가 있는데 불일 보조국사의 부도라고 설명문이 붙어 있다. 아하, 그렇구나, 법정 스님이 계시던 암자가 불일암이었는데, 불일이란 보조국사의 호였구나!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서 매우 반가웠다.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서 잘 수도하고 계시다가 어느 해 초파일 불일암의 일상생활을 텔레비전으로 찍어 방영하도록 허락하였다. 그 방송은 나도 보았는데, 텔레비전에서 보는 불일암은 아름다운 암자였으며 법정 스님의 일과는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여 나도 저렇게 한번 살아보았으면 하면서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방송이 나간 후 너도나도 법정 스님을 만나 보겠다고 불일암으로 구름같이 몰려오는 통에 법정 스님은 ‘자업자득이지!’라고 후회하면서 가는 곳도 말하지 않고 그만 달아나 버리셨다.

 

소문에 따르면 법정 스님은 강원도 대관령 근처 어디에 화전민이 버리고 간 오두막집을 수리해서 전기도 없이 혼자 사신다고 하는데, 누가 또 찾아오면 다시 도망가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나도 옛날에 국토개발원 근무할 때 금강산댐 때문에 괜히 매스컴을 탔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어서 법정 스님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환경 문제, 그 가운데서도 쓰레기 문제 해결에 가장 모범적인 곳이 절이다. 절에서 공양을 할 때는 밥이나 반찬을 필요한 만큼만 주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 밥을 다 먹고서 그릇에 남은 밥알도 김치 조각 같은 것으로 훑어서 먹고, 거기에 물을 부어 마시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송광사에서 부엌 쪽으로도 가 보았는데, LPG 통이 다섯개나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많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엌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데 푸성귀 조각은 물론 밥알 하나 보이지 않았다. 환경친화적인 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