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삼척 동작골의 '음악다방'에서 행복한 김씨 부부

음악칼럼리스트 김상아 작가의 삼척살이, EBS에 나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수레국화, 벌개미취, 꽃창포, 붓꽃, 망초꽃 등 들꽃이 흐드러진 삼척의 두메산골 동작골에는 천사 부부가 산다. 가진 것은 천사들이 입는 날개옷처럼 가벼운 옷 한 벌, 그 옷 한 벌을 입고 살면서도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삶을 보석처럼 가꿔 가는 부부가 있다. 김상아, 김민서 씨다.

 

들꽃을 사랑하는 아내는 시를 쓰고, 대한민국 최고의 음악칼럼리스트인 남편 김상아 작가는  ‘동작골 음악다방’ 디제이를 자청하며 살고 있다. 음악다방 손님은 아내 민서 씨 한 명이지만 15,000여장의 LP음반은 오늘도 디제이 손끝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천사 부부가 사는 삼척 동작골은 원래 이름이 독을 짓던 ‘독작골’이었다. 그 옛날 두메산골 가운데서도 두메였지만 지금도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들꽃과 바람만이 휑뎅그렁한 곳에 3년 전 둥지를 튼 부부의 벗은 음악과 들꽃과 사철 문풍지를 두드리는 바람, 그리고 무공해 청정지역 밤하늘에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이 전부다.

 

어제(15일) 밤 9시 30분, 이들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EBS ‘한국기행’에 나왔다. 며칠 전 김상아 작가는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존경하는 선·후배, 벗님네들 잘 계시지요? 소생이 EBS 한국기행 프로그램에 나옵니다. 저의 근황이 자세히 나오니 한번 보시고요.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니 건강관리들 잘 하세요” 라는 문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볼 것 없는 TV프로 가운데 유일하게 즐겨보는 이 프로를 볼때마다 김상아 작가 부부를 떠 올렸다. 틀림없이 이 부부도 언젠가는 이 프로에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왔다. 역시 좋은 프로는 ‘강호의 고수’를 알아보는 법! 이 프로의 의도(?) 대로 손님이 찾아오는 장면이 나온다. 중년의 벗들은 아내 민서 씨의 지인인 듯하다.

 

이들은 민서 씨 남편이 특별히 만든 대한민국 유일의 ‘가마솥 뚜껑 엎어 만든 팬’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갖은 산나물을 뜯어 ‘산나물전’을 부치는 모습에 탄성을 지른다. 이어 갖은 한약재 약초풀을 넣은 오리백숙을 가마솥에서 고아 들꽃들이 하늘하늘 춤추는 마당 한가운데 펴놓은 식탁에 한 상을 차려 두런두런 ‘자연의 삶’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여기까지가 산골 두메에 집을 짓고 사는 부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면 그다음 코스야말로 김상아 디제이의 진면목을 대접받는 시간이다.

 

 

삼척 동작골에 아담한 집을 손수 지은 것은 순전히 김상아 작가 부부의 공력이다. 이 집에는 다른 집에서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상아 작가가 코흘리개 중학시절부터 모은 LP판 15,000여장이 빼곡하게 수납된 공간이다. 거실로 쓰고 있는 이 ‘동작골 음악다방’에 들어선 이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신청곡을 그 자리에서 받아 해설을 곁들인 디제이로 변신하는 집주인 김상아 음악칼럼리스트의 해박한 음악 이야기는 7~80년대 초일류 음악감상실을 연상케한다. LP판에서 '더로즈(The Rose)'가 흘러나온다. CD판보다는 깨끗한 화질이 아니지만 추억이 담겨있어인지 그 보다 더 양질의 음악으로 들린다. 

 

이곳을 찾아오면서 마주하는 자연에 치유되고, 집주인과 소박한 산채나물 한 접시에 치유되고, 그리고 전문 디제이의 구수한 해설을 들으며 듣는 음악에 치유되어 자주 찾고 싶어지는 집입니다.” 이날 이 곳을 찾은 중년 여성들의 얼굴이 금새 들꽃을 닮아 보인다. 화면 가득히! 

 

 

도시의 편리한 삶을 등지고 삼척 동작골에 둥지를 튼 부부 작가의 새내기 '자연살이'에 깊은 공감을 느끼며 먼곳에서 찾아온 벗들과 해맑은 웃음으로 왕년의 음악과 들꽃을 이야기하는 부부의 산골살이에 큰 손뼉을 쳐본다. 김상아 작가는 한국방송디스크자키협회 감사, 전 한국교통방송 DJ, CBS DJ 등을 역임했다. 

 

☞김상아 작가에 대한 기사 보러가기 

"추억과 낭만의 LP음악 들어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