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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김수진의 '풀멍' 전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

[우리문화신문= 윤지영 기자] 스마트폰, TV, 컴퓨터 등의 디지털 기기로 인한 정보의 홍수 속에 현대인들은 지치고, 우리의 뇌는 휴식이 필요하다. 이런 시대상을 보여주듯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광고 카피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는 뜻의 ‘멍 때리기’는 현대인의 힐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숲에서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숲멍', 장작불을 피워놓고 쳐다보는 '불멍',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비멍', 달을 보는 '달멍', 바다나 냇물 혹은 어항을 바라보는 '물멍' 등 그야말로 멍 때리기의 전성시대다.

 

 

이렇게 멍 때릴 때 우리는 초점이 흐려지고, 겹쳐지며 모호해지는 것을 경험하는데, 작가 김수진은 이 초점을 캔버스에 담는다. 작가는 비정형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선인장에서 자연의 질서를 찾고, 이를 패턴화하여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무한히 반복한다. 그리고 이는 마치 만화경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00년부터 이어온 ‘벨크로’ 입체 작업의 연장이다. 자연의 무질서 속에서 찾아낸 규칙성을 무한히 붓질로 쌓아올리며, 구상과 추상, 그리고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이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익숙해보이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낯설고 이상한 자연의 이미지를 선사하며, 우리는 작가가 경험하는 시간과 체험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아르키메데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 뉴턴이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낸 것처럼, 우리도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잠시라도 멍 때리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파크 큐레이터, 이현정

 

< 전시 안내>

*전시명  : 김수진의 '풀멍' 전 

*전시      :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

*기획     : 아트파크 02-733-8500 (ttps://www.iart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