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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너그러움

주변을 환하게 하려면 자신이 먼저 환해져야
[정운복의 아침시평 18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퇴계 이황 선생 집에는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먹음직스러운 배가 탐스럽게 열리곤 했지요.

이웃집 개구쟁이는 그 배가 탐이 납니다.

돌을 던져 배는 떨구었으나 배가 담장 안으로 떨어져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돌을 던지던 개구쟁이는 퇴계 선생에게 들키게 됩니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순간에 퇴계 선생은 머슴을 불러 이렇게 말하지요.

"마당에 배가 많이 떨어졌구나…. 이 배를 이웃집 아이에게 가져다주도록 하여라."

혼날 줄만 알았던 아이는 뜻밖의 호의에 감동합니다.

그러고는 다시는 이웃집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지요.

 

 

갓난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아마도 천사가 있다면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닮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살아오면서 온갖 세상 풍파에 시달렸기 때문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천진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해맑은 어린아이의 웃음에서는 성냄을 찾아볼 수 없고

초췌한 노인의 얼굴에서는 밝은 미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넉넉한 마음에서 여유가 나오는 것이며

너그러움 속에서 행복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따뜻함으로 치장하고 너그러움으로 세상을 살아갈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세상을 각박하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각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변화는 항상 자신으로부터의 출발입니다.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환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