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꽃인듯한데 꽃이 아닌 것을 화비화(花非花)라고 합니다.
당나라 유명한 시인 백거이가 단풍을 두고 표현한 글귀지요.
온 대지를 형형색색으로 뒤덮은 단풍이 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한여름을 푸르름 속에서 비바람, 폭풍우와 같은 고난을 견디고
가을에 이르러 장엄하게 물드는 단풍이야말로
그 불타는 요염함보다 삶의 환희로서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남이섬의 단풍](http://www.koya-culture.com/data/photos/20231144/art_16989810134664_9f0f33.jpg)
산책하러 집을 나서면 길가에 싸리나무가 노란색으로 가을을 노래하고
교대 앞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삶의 진수를 방출하다
노랑나비 되어 한들거리며 보도에 내려앉음이 멋스럽습니다.
어느 시인은 단풍을 "초록이 지쳐서 단풍 드는데…."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생명이 다해가는 잎새를 그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나이가 이순을 훌쩍 넘었습니다.
어쩌면 이 가을이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왔기 때문일는지 모릅니다.
가을의 잘 물든 단풍처럼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살아왔는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단풍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거대한 꽃밭을 동장군이 사정없이 걷어갈 때가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금 주변이 아름다울 때 단풍과 같이 물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어쩌면 생의 마지막 몸짓이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이별할 때도 마지막 한 잎까지 곱게 물들여 떠나보내는
나무의 진정성을 헤아려 볼 필요도 있겠지요.
인연의 시작은 내 의지가 아니었을지라도
인연의 끝엔 내 의지가, 내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참 좋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