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구 름
- 홍정숙
어머니는 오늘도 하늘 가득 솜을 펴신다
고루고루 넉넉히 솜을 다지신다
딸 다섯 시집보내며
포근한 목화 솜이불 욕심껏 해주지 못해서
이 무더운 여름 한낮 어머니 사랑 한 켜
또 마음 한 켜 얹어서 색동이불 만드신다
이제 한 쪽 끝을 말아 쥐고 뒤집기 하시나보다
서쪽 하늘로 흰 속통 넘어가고 있다
여자 한복 가운데 ‘고쟁이’라는 속옷은 남자바지와 비슷하지만, 밑이 터져있고, 가랑이 통이 넓다. 이 고쟁이 종류 가운데는 ‘살창고쟁이’라는 것이 있는데 경북지역에서 많이 입던 여름용 고쟁이다. 살창고쟁이는 허리둘레를 따라 약 6㎝ 폭에 15~20㎝ 길이의 직사각형 구멍을 10개 이상 낸 다음 구멍의 테두리를 감침질로 정리하고 허리말기(치마나 바지의 허리에 둘러서 댄 부분)를 단 속바지다.
또 시집살이도 그렇게 구멍을 송송 낸 옷처럼 시원하게 살라는 바람이 있었으며, 시집가는 딸의 행복을 비는 친정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있었다. 또 살창고쟁이의 뚫린 구멍으로 신부의 흉이 새어나가 시집살이가 수월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담겨있다고 한다. 이 살창고쟁이는 1930년대까지 입다가 이후부터는 앞이 막히고 뒤만 트인 ‘개화고장주’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기 시 <구름>에서 홍정숙 시인은 “어머니는 오늘도 하늘 가득 솜을 펴신다 / 고루고루 넉넉히 솜을 다지신다 / 딸 다섯 시집보내며 / 포근한 목화 솜이불 욕심껏 해주지 못해서”라고 노래한다. 하늘에 펼쳐진 구름에서 어머니가 딸을 시집보내며 포근한 목화 솜이불솜을 펴시는 것으로 상상한다. 예전 딸을 가진 어머니들은 그랬다. 목화 솜이불을, 살창고쟁이를 혼례 때 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가진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