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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윤은화 공연, 비상하는 양금

가온스테이지, <철의 원소 기호 ‘Fe’> 공연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2월 8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홍대 근처 ‘가온스테이지’에서는 <철의 원소 기호 ‘Fe’>라는 이름을 단 세계양금협회 한국지부 회장 윤은화의 4번째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2023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로 주최ㆍ주관 윤은화, 기획 설현주(국설당 대표), 서울특별시ㆍ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되었다. 피아노의 먼 친척뻘이며,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쇠줄을 쓰는 악기 양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것은 물론 서서 보는 사람들까지 제법 있었고, 연인끼리 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출동하여 공연은 관객들의 흥분으로 시작되었다.

 

공연은 먼저 윤은화가 작곡한 ‘오로라’로 윤은화는 양금과 운라를 함께 연주한다. 취타대를 더욱 화려하게 해주는 ‘운라’는 보통 공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악기인데 이날 공연에서 새로운 시도로 화려한 날개를 다는 것이다. 양금처럼 철로 만든 악기 운라와 양금을 함께 연주하며 두 악기의 대화를 표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두 번째 곡은 윤은화는 항아리(Udu) 드럼의 정주리, 핸드팬의 조현과 함께 ‘안개의 유희(Play of fog)’를 연주했다. 그냥 목이 좁은 둥근 항아리로 몸통에 구멍 하나 더 뚫은 항아리 드럼, 비행접시(UFO)처럼 생겨 신비롭고 매력적인 소리를 내는 핸드팬은 양금과 기묘하게 어울린다. 관객은 뿌옇게 가려진 안갯속에서 양금과 항아리 드럼ㆍ핸드팬이 서로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어서 무속적인 느낌을 주는 정주리의 징 그리고 묵직한 베이스 위에서 양금이 춤추는 것을 형상화한 ‘무희(舞姬)’가 연주되고, 양금과 청량한 소리를 내는 글로켄슈필(Glockenspiel)이 함께 표현하는 ‘난장’을 공연한다.

 

 

 

 

또 바람이 부는 음산한 숲속을 표현한 곡으로 빠르고 급박하게 달리는 양금과 진미림의 가야금 그리고 정주리의 타악이 긴장감을 표현하는 ‘흔들리는 숲’과 지구 온난화를 창작 동기로 하여 우울과 상실의 마음을 담은 ‘갈색여름(Brown Summer)’도 선보인다. ‘갈색 여름’에는 특별히 얼후 연주자 이비를 초청하여 양금과 현란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번 공연의 중심 ‘Fe(철)’의 순서다. 철의 원소기호인 Fe는 양금의 철로 된 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곡은 정악의 선율에서 창작 동기를 가져왔고, 묵직한 타악기가 뒤에서 받쳐주면서 마치 임금이 행차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한다. 철 곧 쇠는 인간이 문명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용한 금속 가운데 하나로 문명의 지렛대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타악기와 양금의 신비롭고도 화려한 대화 ‘Fe’는 바로 이런 우리 삶의 지렛대가 돼주는 속삭임이 아닐까?

 

 

 

그리곤 족장들이 부족민을 이끌며 잘살아 보려고 흥을 돋우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족장들의 춤’ 공연이 이어지고 마지막을 ‘양금시나위’가 화려하게 장식한다.

 

’시나위‘란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즉흥적인 시나위형식을 빌려 창작된 곡이다. 경기무속 장단의 낙궁장단과 터벌림장단,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위에 남도계면 선율을 입혀 개량양금의 반음계적 표현과 투스틱(화음스틱)을 활용하여 화려한 기교로 타악적인 요소를 극대화하였다. 진미림의 가야금, 정주리의 타악과 함께 신명나는 소리와 몸짓을 보여준다.

 

 

공연 중간에 나와서 이번 공연에 관한 의미를 풀어준 공연 기획자 ㈜국설당 설현주 대표는 “윤은화 연주자가 이번 공연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Udu 드럼, 핸드팬, 글로켄슈필, 얼후까지 등장시켰고, 양금에 화려한 LED를 연결하여 보여준다. 또 윤은화는 공연 때 비춰지는 영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따라서 윤은화 연주자는 양금을 양금에 머물게 하지 않고 더욱 뛰어난 비상을 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한수영(47, 교사) 씨는 “원래 윤은화의 양금이 신비롭고 화려한 줄 알았지만, 오늘의 공연은 더욱 그랬다. 꼼짝 못 하고 빨려 들어가는 매력을 선사해 주었다. 더구나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타악기들과 얼후를 등장시킨 것은 더욱 공연을 멋지게 했다. 오늘은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했지만, 윤은화의 공연은 더 많은 사람이 보아야 하기에 다음엔 큰 공연장에서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은화의 이번 공연은 정규2집 음반 ‘Fe’ 발매에 맞춰 한 것이다. 이 음반에 들어있는 것은 비ㆍ바람ㆍ숲 등 자연에서 받은 다양한 영감을 토대로 곡을 창작하였으며 전통양금부터 개량양금(크로매틱 12반음계적양금), 전자양금, 운라, 핸드팬(몸체가 진동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 항아리드럼, 징 등 악기를 써서 연주했다. 이번 음반에서는 양금이 독주 악기로써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Fe’ 앨범에서는 핸드팬을 뺀 나머지 모든 악기를 윤은화가 직접 녹음하였다.

 

 

음반 수록곡은 먼저 윤은화 작곡, 윤은화 연주 ‘갈색여름(Brown Summe)’, 윤은화 작곡, 윤은화 양금ㆍ글로켄슈필ㆍ타악 연주의 ‘족장들의 춤(Dance of the chieftains)’, 윤은화 작곡, 윤은화 연주의 ‘실크로드(Silk Road)’, 윤은화 작곡, 윤은화 양금ㆍ운라 연주의 ‘오로라(Aurora)’, 윤은화 작ㆍ편곡, 윤은화ㆍ조현 양금 연주와 역시 윤은화의 Udu 드럼 연주, 조현 핸드팬 연주의 ‘안개의 유희(Play of fog)’, 윤은화 작곡, 윤은화 양금ㆍ징 연주의 ‘무희(舞姬)’, 윤은화 작곡, 윤은화 연주의 ‘개량양금 산조(Moden Yanggeum Sanjo)’, 양금ㆍ타악 연주의 ‘철(Fe)’이 들어 있다.

 

음반은 국악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주)국설당을 통해 나라 안팎 음원 누리집과 음반 매장(오프라인)에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