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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그치다’와 ‘마치다’

<우리말은 서럽다> 11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그치다’나 ‘마치다’ 모두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기를 그만두고 멈추었다는 뜻이다. 이어져 오던 것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얽혀 있고, 사람의 일이나 자연의 움직임에 두루 걸쳐 쓰이는 낱말이다. 그러나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저만의 남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그치다’와 ‘마치다’의 뜻이 서로 넘나들 수 없게 하는 잣대는, 미리 어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두었는가 아닌가다. 미리 어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놓고 이어지던 무엇이 그 과녁을 맞혔거나 가늠에 차서 이어지지 않으면 ‘마치다’를 쓴다. 아무런 과녁이나 가늠도 없이 저절로 이어지던 무엇은 언제나 이어지기를 멈출 수 있고, 이럴 적에는 ‘그치다’를 쓴다.

 

자연의 움직임은 엄청난 일을 쉬지 않고 이루지만, 과녁이니 가늠이니 하는 따위는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의 모든 움직임과 흐름에는 ‘그치다’만 있을 뿐 ‘마치다’는 없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그치고, 태풍도 그치고, 지진도 그친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놓고 이어지는 무엇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고 모두 과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나 움직임에는 ‘그치다’도 있고 ‘마치다’도 있다. 울던 울음을 그치고, 웃던 웃음도 그치고, 하던 싸움도 그친다. 이런 것들은 모두 미리 세워 둔 과녁이나 가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마치고, 군대 복무도 마치고, 오늘 장사도 마치고, 한 해 농사도 마친다. 이런 일들은 모두 미리 세워 둔 과녁이나 가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고 멈추었다는 뜻으로 ‘끝나다’와 ‘끝내다’도 쓴다. 이들 낱말은 ‘마치다’를 쓸 자리에나 ‘그치다’를 쓸 자리에 두루 쓰인다. 다만, 저절로 이어지지 않고 멈추면 ‘끝나다’를 쓰고, 사람이 마음을 먹고 이어지지 않고 멈추도록 하면 ‘끝내다’를 쓴다. 이들 두 낱말은 과녁이나 가늠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이나 뜻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가려서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