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그치다’와 ‘마치다’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그치다’나 ‘마치다’ 모두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기를 그만두고 멈추었다는 뜻이다. 이어져 오던 것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얽혀 있고, 사람의 일이나 자연의 움직임에 두루 걸쳐 쓰이는 낱말이다. 그러나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저만의 남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그치다’와 ‘마치다’의 뜻이 서로 넘나들 수 없게 하는 잣대는, 미리 어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두었는가 아닌가다. 미리 어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놓고 이어지던 무엇이 그 과녁을 맞혔거나 가늠에 차서 이어지지 않으면 ‘마치다’를 쓴다. 아무런 과녁이나 가늠도 없이 저절로 이어지던 무엇은 언제나 이어지기를 멈출 수 있고, 이럴 적에는 ‘그치다’를 쓴다. 자연의 움직임은 엄청난 일을 쉬지 않고 이루지만, 과녁이니 가늠이니 하는 따위는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의 모든 움직임과 흐름에는 ‘그치다’만 있을 뿐 ‘마치다’는 없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그치고, 태풍도 그치고, 지진도 그친다. 과녁이나 가늠을 세워 놓고 이어지는 무엇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고 모두 과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나 움직임에는 ‘그치다
- 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 2023-12-30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