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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 예쁘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번 찍어도> 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를 보니 눈이 약간 풀려 있다. 술 냄새가 약간 났다. 아마도 다른 방에 있다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김 교수도 지금 2차지만 아가씨도 2차인 모양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키는 작고 몸의 윤곽이 S 라인은 아니어도 얼굴이 동글동글한 모습이 귀여웠다. 머리는 약간 붉은 빛이 돌게 염색했으며, 입술에 빨간색 연지를 진하게 바른 것이 술에 취한 남자의 시선을 자극했다. 옷은 까만 블라우스에 아주 짧은 검은 치마를 입었다. 허벅지살이 다 드러나 보였다. 가슴이 많이 파진 옷은 아니어도 젖가슴은 봉긋해서 술에 취해 게슴츠레해진 눈에는 예쁘게만 보였다.

 

“미스 최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오빠.” 아가씨는 처음부터 오빠라고 불렀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고향이 어디인가?” 김 교수는 처음부터 고향을 물었다.

“전남 승주군이에요.”

“그래? 나는 승주군 아가씨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더라. 승주군 아가씨를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아침 신문에서 본 ‘오늘의 운세’가 좋더니 내가 너를 만날 운명이었나 보다.”

“정말이에요?”

“그럼! 승주군이 고향인 아가씨가 예쁘다고 강남 술집에서 소문이 났지.”

“무어라고요?”

“그래 맞아. 승주군 아가씨가 제일 예쁘다던데, 야 너 정말 예쁘다.”

“아이, 거짓말!”

“그런데, 네 성이 무어라고 그랬지?”

“미스 최에요.”

“최가라고, 어쩌면! 나는 이 세상에서 최씨 성 가진 아가씨가 제일 좋더라.”

“정말?”

“그럼! 여자로 태어나서 성씨를 가지려면 최 씨를 가져야지. 대한민국 여자 중에서 최 씨 빼고는 모두 흑싸리 껍데기다. 고스톱으로 말하면 최 씨는 광이다. 최 씨 여자야말로 진국이지.”

“하하하, 오빠는 과장이 심하네요. 오빠, 과장님이세요?”

“야, 정말 오늘은 대단한 날이다. 그렇게도 만나고 싶었던 승주군 출신 최 씨며 이렇게 달덩이처럼 예쁜 아가씨를 만났으니 말이다.”

“그러네요, 정말 기분 좋은 날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쨍 한번 해요.”

“좋지, 박 사장님, 우리 쨍 한번 합시다.”

 

술집에 가면 대한민국 모든 남자는 사장님이 된다. 교수도 사장이 되고 농부도 사장이 된다. 회사 부장도 사장이 되고, 신입 사원을 사장이라고 불러도 통하는 곳이 술집이다. 호떡장사도 지갑에 돈을 두둑이 넣고서 술집에 가면 쉽게 사장님이 된다.

 

네 사람의 술잔이 부딪쳤다. 김 교수는 술집 어디에 가나 인기였다. 아가씨가 들어온 지 채 10분이 되기 전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었다. 김 교수 말에 의하면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를 좋아하고 또 여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사주팔자에 “주변에 여자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나온다고 한다. 술집에 가면 여자들이 모두 자기를 좋아한다나. 그러나 박 교수가 보건대 김 교수에게 여복이 호박처럼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화술을 무기로 여복을 만든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미스 최 너 몇 살이냐?”

“몇 살로 보이세요?”

“이땡, 스물둘.”

“어머나, 그렇게 젊게 보여요?”

“너 정말 예쁘다. 몇 살이니?”

“스물일곱이에요.”

“와, 그러면 그렇지. 스물일곱이면 갑오 아니야? 나는 27이라는 숫자가 제일 좋더라. 다른 숫자는 숫자도 아니야!”

“그러면 뭐에요?”

“다 껍질이다. 나무껍질이지. 아니, 고스톱 칠 때의 껍질이다. 아니, 유식하게 말하면 ‘피’라고 부르지. 나이를 먹었다고 하면 스물일곱이 되어야지.”

“하하하, 아닌데요. 사실은 스물넷이에요!”

“맞아, 나는 24라는 숫자가 제일 좋더라. 그렇지 않니? 너도 스물넷이고, 또 하루는 몇 시간이야? 24시간이지. 그러니까 24가 제일 좋은 나이야. 박 사장님, 맞지요?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지요? 24가 제일 좋은 숫자지요?”

“오빠, 정말 재미있는 오빠네요.”

“야, 너 정말 예쁘다. 고향도 예쁘고, 성도 예쁘고, 나이도 예쁘고. 어디 보자. 그렇구나. 눈썹도 참 예쁘네, 하여튼 너는 다 예쁘다. 너는 틀림없이 거기도 예쁠 거야.”

한번 말하는데 예쁘다는 단어가 일곱 번이나 들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