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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인디언 없는 인디언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열어
국내 처음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전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오는 6월 18일(화)부터 10월 9일(수)까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북미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시다. ‘인디언’ 하면 서부 영화에서 머리를 독수리 깃털로 장식한 추장의 모습이나 캠핑장의 티피 텐트, 혹은 스낵의 이름이나 주인공이 독수리 머리 장식을 하고 나타나는 영화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는 북미 원주민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번 특별전에서는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151점의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불렀던 이들이 과거의 역사 속에 사라진 이들이 아니라,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조명했다.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동안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심도 있게 소개해왔다. 이번에는 세계의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는 기획의 하나로, 미국 내에서도 원주민 미술로 이름난 덴버박물관 소장품을 엄선해 북미 원주민의 역사, 문화, 예술을 보여주는 전시를 열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한 덴버박물관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있는 미국 중부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특히 미국 내 북미 원주민 예술품을 수집한 첫 박물관으로, 관련 소장품만 18,000여 점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또한 한국 미술품을 300여 점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실도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지원(2022년)과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 전시(2023년) 등 다양한 한국실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광활한 북미 대륙에 살고 있는 570여 개의 부족을 하나의 단일체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들을 편견 없이 다시 바라보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 풍성한 내용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또한 한국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여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서울 전시를 마친 이후에는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순회전시를 연다.

 

전시 기획의도와 구성

 

1부 하늘과 땅에 감사한 사람들: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

이번 특별전은 우리가 알던 인디언을 다루지만,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데서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오래전부터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북미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인디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처럼 매우 단편적이다. 그러나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 뉴멕시코에 이르는 광활한 북미 대륙에는 570여 개의 부족이 있고 부족수만큼이나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환경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고 경계를 짓게 하여 다채로운 언어와 풍속을 지니게 하였다.

 

1부는 북미 원주민에게 자연이 갖는 의미가 담긴 아기 요람으로 시작한다[사진 1]. 원주민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선생님이다. 얼굴만 내놓을 수 있는 요람에서 갓난아기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자연의 기운을 눈,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집, 옷과 그릇, 의식 도구와 그림 등 30여 개 부족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북미 원주민들에게 일상과 예술, 종교는 경계가 없기에 일상용품은 예술품이었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은 존경의 상징이다[사진 2]. 공동체 구성원에게 넓은 관대함을 보이거나 전투에서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썼던 것이다.

 

북미 원주민들은 지역마다 부족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같았다. 둥그런 원을 이루고 있는 세상 속 모든 존재들의 ‘관계’와 ‘연결’을 중요시한다. 너와 나의 관계, 조상과의 관계, 미래 세대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초자연적 존재와의 관계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균형 있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

 

북미 대평원 원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나누는 인사 ‘미타쿠예 오야신’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다. 특별전에서는 이러한 자연과의 교감과 조화와 균형의 가치관이 그들이 만든 집과 옷, 일상용품과 의식뿐 아니라 구전으로 전하는 말 속에 담겨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대평원 부족의 집인 티피 역시 여러 개를 배치할 때 전체적으로 둥그런 모양을 갖추도록 했다[사진 3]. 티피의 둥근 바닥은 대지를 의미하고 가운데 세운 기둥은 땅과 하늘을 이어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부 또 다른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 갈등과 위기를 넘어 이어온 힘

2부는 유럽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원주민의 삶을 회화와 사진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유럽 이주민들과 첫 만남은 낯설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러나 머지않아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로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등 원주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전시는 이주민의 시선에서 본 북미 원주민의 모습,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겪은 갈등과 위기의 순간, 북미 원주민 스스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주민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외모, 복장, 생활 방식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이 본 모습을 그림이나 사진에 담았다. 이러한 그림이나 사진에 담긴 북미 원주민의 모습은 대체로 낭만적이고 평화롭다. 당시 그림은 서부로의 확장을 장려할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진작가 에드워드 커티스(1868~1952)처럼 곧 사라질 문화에 대한 기록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사진 7・8]. 당시는 이미 원주민이 서구의 영향을 받을 때였지만 이주민들이 생각한 원주민의 때 묻지 않고 ‘고귀한 야만인’의 이미지에 맞도록 연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림이나 사진들은 원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냈고 그 고정관념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주민에게 ‘명백한 운명’이었던 서부 개척의 시대 북미 원주민들은 크나큰 갈등과 위기를 여러 차례 겪어왔다. 골드러시, 리틀 빅혼 전투[사진 9], 운디니드 사건 등 미국 역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북미 원주민이 겪었던 사건들을 회화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북미 원주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하였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해 왔다. 그들이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으며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재창조하여 그 값어치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북미 원주민은 우리와 같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프리츠 숄더(1937~2005)와 같은 북미 원주민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제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잘못된 인식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 12].

 

전시 관람 포인트: 함께, 재밌게, 새롭게, 깊이 있게

 

첫째, 전시 공간의 디자인 개념은 북미 원주민의 원형 세계관에서 착안했다. 북미 원주민은 세상이 둥근 원처럼 서로 동그랗게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과거, 현재, 미래와 같은 시간도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을 떠난 이도 우리와 함께한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는 원주민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일원이었다.

 

원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장은 탁 트인 원형의 공간 안에서 둥그런 동선을 따라 사람들이 ‘함께’ 관람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한 전시품을 감상하며 북미 원주민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가수 양희은의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북미 원주민의 시선은 경쟁과 갈등 속을 살아가느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전시실에 머무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충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전시장의 모든 설명은 쉬운 글쓰기를 지향했다. 또한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해 어린이박물관과 협업하여 촉각 체험, 어린이용 설명, 모바일 놀이를 곳곳에 마련하였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맞추며 ‘놀이하듯 재밌게’ 북미 원주민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셋째, 우리가 알던 인디언을 ‘새롭게’ 다시 알아가는 여정으로 정신세계부터 일상, 예술, 문화,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놀랍도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그들의 가치관을 전시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넷째, ‘깊이 있게’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 지식해적단과 협업하여 ‘대륙횡단철도와 들소’를 주제로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개막 직후인 6월 19일(수)에는 북미 원주민 출신의 덴버박물관 학예연구사인 다코타 호스카의 강연회가 이어진다. 또한 전시 기간 중인 6월 28일(금)과 7월 26일(금)에는 북미 원주민의 문학, 종교, 영화 등에 관해 네 분야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대중 강연회가 계획되어 있다. 8월 20일(화)에는 한국미국사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연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우리 인디언으로 알던 북미 원주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각각의 전시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전시실에서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 우리에게 낯설고 오래된 문화가 아닌 현재 우리 곁의 문화로 한층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