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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무심거사의 중편소설 <열 번 찍어도> 2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7시가 되었다. 새로 나가는 술집은 강남에 있는 라마다 르네쌍스 호텔 근처에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거기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했고 미스 최는 “오빠,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김 교수는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아가씨는 옆으로 오더니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었다. 김 교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팔장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그날은 호텔 옆의 지상 주차장이 좁아서 뒤쪽 골목 건너편에 있는 3층짜리 주차건물에 주차했었다. 호텔 정문을 나와 뒤쪽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했다. 어두워진 길에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나라고 은근히 걱정되어 슬그머니 팔짱을 뺐다. 아가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로 가는 길은 벌써 퇴근시간이 되어서인지 길이 막혔다. 서울거리가 안 막힐 때가 있나? 계속 차가 가지 못하고 서게 되자 김 교수는 걱정이 되살아났다.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도 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히 운전자끼리 눈이 마주쳤다. 대개는 남자가 운전을 하지만 차가 늘어나서인지 여성 운전자도 더러 있었다.

 

상대방 운전자가 아는 사람이라면, 예를 들어 김 교수가 나가는 교회의 교인이나 자기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엉뚱하게 소문이 나지나 않을까? 예쁜 아가씨와 프라이드 차 타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이다. 만일 그럴 때는 옆자리에 앉았던 젊은 아가씨가 누구였다고 해명하나? 사촌 여동생이라고 해? 먼 친척이라고 둘러대나?

 

아가씨는 김 교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가끔 눈길을 이쪽으로 주지만 김 교수는 운전하느라고 눈길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차는 역삼동에 가까워져 왔다.

 

“새로 나가는 데는 자네가 마담으로 나가나?”

“아니에요. 오빠. 그저 아가씨이지요. 그렇지만 나중에는 저도 언젠가 마담이 될 거예요.”

“그럼, 보스의 사장님에게는 그만둔다고 말했어?”

“어떻게 될지를 몰라 일주일 정도 여행을 떠난다고 말했어요. 이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보스로 가야지요.”

“어디서 내리면 좋은지 말을 해.”

“네. 오빠. 오늘 고마워요.”

“고맙기는. 내가 고맙지. 이렇게 예쁘고 젊은 아가씨하고 함께 있으니 내가 젊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언제 한 번 점심에 초대해라. 그동안 재료비만 받고 식사 초대를 안 하면 어떻게 해? 다음 토요일은 어때? 다른 일이 있나?”

“아직은 없어요. 그런데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오빠.”

“시간이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지. 몇 시에 만날까?”

“그 전날 금요일에 전화하세요.”

“그럽시다.”

 

 

김 교수는 마지막 대화는 존댓말로 끝내고 아가씨를 호텔 옆 골목 입구에 내려 주었다. 내리기 직전 아가씨의 왼손을 잡아 올려 손등에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아가씨는 손을 빼지 않고 말없이 키스를 받아 주었다. 차에서 내린 아가씨는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고 프라이드 차가 다시 차선으로 들어갈 때까지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백미러에 보이는 아가씨는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