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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넘어 보리여울을 어떻게 건널까?

조수삼, ‘북행백절(北行百絶)’ 중 보리여울(麥灘-맥탄)
[겨레문화와 시마을 19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보리여울(麥灘)

 

                                                                                 - 조수삼

 

   舂白趁虛市(용백진허시) 흰 것은 찧어서 텅 빈 시장에 나가고

   殺靑充夜餐(살청충야찬) 푸른 것은 베어서 저녁을 때우네

   麥嶺斯難過(맥령사난과) 보릿고개 넘어가기 어려운데

   如何又麥灘(여하우맥탄) 어떻게 또 보리여울을 건너갈까?

 

 

 

 

위 시는 조선 후기 시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이 함경도 지역을 유람하면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고단한 생활상과 풍속을 노래한 것 가운데 보리여울(麥灘-맥탄)이라는 곳을 지나면서 쓴 것이다. 특히 직접 눈으로 목격한 농민들의 힘겨운 생활상을 읊고 있다. 익어서 하얗게 된 보리는 찧어서 살 사람도 별로 없는 텅 빈 시장에 가 팔고, 아직 익지 않은 푸른 보리는 그것이나마 베어서 저녁을 때우는 농민들을 본다. 조수삼은 먹거리가 없어 보릿고개도 넘어가기 어려운데, 어떻게 또 보리여울을 건너갈까, 걱정하고 있다.

 

1833년 헌종 10년. 전국 팔도에서 수많은 유생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모였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83살의 노인, 조수삼이었다. 조수삼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과거시험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나이 80을 넘긴 뒤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으며, 마침내 83살이란 나이에도 과거시험에 응한 것이다.

 

과거시험 발표 날, 그의 이름이 불리자, 한양은 술렁거렸고, ‘83살 과거 급제자’라는 소식은 순식간에 온 나라에 퍼졌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에게 과거시험은 단순히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으며, 사회적 명예뿐만 아니라 개인의 학문적 성취는 물론 자기 수양의 중요한 기회로 여겼음을 조수삼은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조수삼은 발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온 나라 곳곳을 빠짐없이 여행하며 많은 시를 남겼으며, 저서로는 《추재집(秋齋集)》 8권 4책이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