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처음에는 자료를 많이 모아왔기 때문에 쉽게 집필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인국민회 독립운동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쿠바에 이르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에다 독립운동에 나선 지도자들의 숫자를 이루다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아 이를 알기 쉽게 서술하여 접목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라는 유행가처럼 내가 왜 이렇게 어려운 길에 뛰어들었나 하는 고뇌의 순간도 많았지만, 초심을 되새기며 1백여 권의 책과 자료를 등불 삼아 책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은 누구보다도 컸습니다.”
이는 지난 8월 《대한인국민회 100년사》를 미국 LA에서 펴낸 민병용 한인역사박물관장의 말이다. 모두 442쪽에 달하는 이 책에는 미주 독립운동 시절의 100년이 넘는 귀중한 역사적 사진 342장이 수록되는 등 ‘대한인국민회’의 생생한 독립운동 100년사가 오롯이 들어있다.
이 귀중한 책을 지난주 민병용 관장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 2021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자료수집, 집필, 편집 등에 꼬박 2년을 매달렸다’라는 편지와 함께 보내온 《대한인국민회 100년사》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행간에서 그의 땀을 짙게 느꼈다. 마침 기자도 대한인국민회 관련 집필을 하고 있던 터라 반가움은 더욱 컸다.
민병용 관장은 40여 년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언론인으로, 저술가로, 한인역사박물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8년 3월 16일, 기자는 당시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과 서울에서 열린 민주평통미주지역회의 참석차 잠시 방한 중인 민 관장을 만나 대담한 적이 있다. 민 관장은 《미주이민 100년사》(1986), 《미국땅에서 역사를 만든 한인들》 (전 3권, 2011), 《애국지사의 꿈》(2015) 등 그때까지(2018년) 미주 한인의 독립운동과 이민의 역사 등 모두 15권의 책을 쓴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저술가다.
그런 민병용 관장이 노구를 이끌고 2년에 걸쳐 쓴 《대한인국민회 100년사》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그의 나이 올해 여든둘, 장기간에 걸친 집필이 힘에 부칠법하지만, 그는 마침내 해냈다. 그가 구슬땀을 흘리며 ‘미주 으뜸 독립운동기관’인 대한인국민회 독립운동의 모든 것을 다룬 《대한인국민회 100년사》를 쓰는 과정이 궁금하여 번개글(이메일)로 대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민병용 관장과의 대담 내용이다.
생의 마지막 작업이라 각오하고 쓴 책 《대한인국민회 100년사》 민병용 미국 LA한인박물관장 대담
- 이 책을 펴낸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이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요?
“이 책을 펴낸 목적은, 잊혀 가는 미주지역 40년(1905~1945)에 이르는 국권회복운동을 후세대에 바르게, 그리고 널리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대한인국민회는 1911년부터 임시정부(가정부)임을 선언했고, 미국 본토와 하와이, 멕시코의 9천여 초기 이민자들과 한마음으로 독립운동에 나선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중점을 둔 부분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05년 샌프란시스코에 창립한 ‘공립협회’를 자세히 서술했는데 그 까닭은 ‘대한인국민회’가 바로 공립협회 목적과 정신을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멕시코 4년 노동계약 이민은 노예이민이라고 서술했는데 이는 초기 한인의 자유와 인권이 한없이 유린 당한 점을 알리기 위해서였지요. 글을 쓰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셋째는 미주 독립운동이 1919년 이후 중국에 있던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점에 있습니다.”
- 역사와 관련된 인물 대담 등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는 대한인국민회 회원들이 많이 살아 계셨습니다. 그분들은 국민회를 바로 정부라고 생각했고, 국민회를 통해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것을 평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대담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한인국민회 설립자인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싹텄습니다.”
- 수많은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셨는지요”
“《대한인국민회100년사》는 독립운동 자료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가 신문사 기자 시절인 1978년 하와이이민 75돌 기념행사를 취재한 뒤 미주 독립운동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 뒤, 정확한 역사는 바로 좋은 자료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이민 초기 사진, 서적, 유물 등을 이민자로부터 직접 모아왔습니다. 이번 책은 준화보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100년이 넘는 귀중한 독립운동 사진 등을 300여 장 수록한 것이 큰 특징입니다.”
- 이 책을 한국 내 국공립도서관 또는 대학도서관 등에서 열람할 수 있는지요?
“아무리 유익한 책이 나와도 많은 분이 읽지 않으면 그 책을 펴낸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국립도서관 그리고 10여 군데 대학도서관과 독립운동 유관기관에 책을 기증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유명 대학과 한인학생이 많이 다니고 있는 대학도서관 등에도 계속해서 기증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고국의 도서관 등에 더 기증하고 싶습니다.”
- 이 책에 거는 기대감은?
“미주 한인사회는 1965년부터 시작된 새 이민 1세 시대를 마치고 2세들의 차세대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들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자랑스럽게 뻗어 나가려면 한인사회 역사와 문화를 많이 알아야 더욱더 책임 있는 한인계 미국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인국민회100년사》를 통해 위대한 독립운동 역사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과, 민족지도자의 삶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민병용 관장은 이 책이 이민 후손들에게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는 의미있는 자료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집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낸 민병용 관장에게 손뼉을 쳐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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