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장용준)은 박물관 개관 40돌을 기려 특별전 ‘사기장(沙器匠), 흙을 빚어 삶을 이롭게’를 연다.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인 사기장은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음식을 담는 그릇, 글씨를 쓰는 문방구, 지붕을 만드는 기와까지 다양한 기물을 만들어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기존 명품 중심의 도자기 전시에서 벗어나, 사기장의 삶과 역사적ㆍ문화적 값어치를 조명한다.
전시는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뉜다.
제1부 ‘도자기의 다른 이름, 사기’에서는 사기가 무엇인지 다루었다. 흔히 자기라 부르는 사기는 흙을 빚어 만든 그릇에 유약을 입혀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것으로, 청자ㆍ분청사기ㆍ백자 등을 말한다. 전시에서는 사기의 다양한 종류와 형태와 무늬를 살펴보았다.
제2부 ‘사기를 만든 사람 사기장’에서는 사기장들이 어떻게 사기를 만들고 후세에 전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주로 전시된다. 사기장은 마을을 이루어 대대로 사기를 만들었는데, 현재 경남 산청군에 속해 있는 단성현의 <호적대장>과 산청 일대에서 수습한 자기 조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밖에도 부산 기장 하장안 가마터에서 발굴된 봇극과 갓모 등 물레 부속품,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기장(김정옥)의 공방을 재현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제3부 ‘사기장의 삶’에서는 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사기장이 시기에 따라 어떻게 생활하였는지를 추적하였다. 조선 초 사기장이 그릇을 만들어 나라에 바쳤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세종실록 지리지》와 같은 문헌과 경상도 사기장이 만든 분청사기를 전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왕실의 그릇을 만들던 사옹원의 분원에서 만든 사기, 양반뿐만 아니라 백성과 외국인이 사용할 사기를 만들었던 사기장의 활약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시에서 영롱한 빛깔과 유려한 문양을 뽐내는 청자ㆍ분청사기ㆍ백자 말고도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단성현 호적대장>과 같은 옛 기록과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도자기 등이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오가며 다양한 영상 작품을 만드는 장줄리안 푸스(Jean-Julien Pous) 작가가 국가무형유산 사기장의 일상과 작업장을 담은 <흙, 물, 손>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최유미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가 이름 모를 장인으로 치부하였던 사기장의 삶과 유산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립진주박물관 장용준 관장은 “개관 40돌을 맞이한 국립진주박물관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박물관 건립을 준비 중”이라면서 “경남의 사기장을 주로 다룬 이 전시는 새 박물관의 전시 콘텐츠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라며 많은 관람을 당부하였다. 참고로, 국립진주박물관은 1984년 11월 2일 개관하였다. 전시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