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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등 4건 각각 보물 지정 예고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유물
용주사 감로왕도, 선림원터 출토 금동보살입상,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도 함께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甘露王圖)」, 「양양 선림원터 출토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를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螺鈿菊唐草文箱)」는 2023년 국가유산청(전 문화재청)이 일본에서 환수한 유물로, 뚜껑과 몸체, 안쪽에 공간을 분리하는 속상자로 구성되어 있다. 침엽수 계통의 나무로 만든 백골 위에 천을 바르고 그 위에 골회(骨灰)를 입혀 자개를 붙인 다음 여러 번 옻칠하여 마감하는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 제작 방식인 목심저피법(木心紵皮法)으로 제작되었다. 표면에는 전체적으로 모두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배치하였고, 부수적으로 마엽무늬(麻葉文, 원을 중심으로 한 수평, 수직, 사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무늬), 귀갑무늬(龜甲文, 거북의 등딱지 모양을 띤 무늬), 연주무늬(連珠文,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무늬)를 썼다.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국화넝쿨무늬는 얇게 갈아낸 자개를 오려내어 붙인 줄음질 기법으로 표현하였고, 부속무늬로 사용된 마엽무늬와 귀갑무늬는 자개를 가늘게 잘라내 끊어가며 무늬를 표현하는 끊음질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넝쿨무늬의 줄기는 황동선을 꼬아 사용하는 등 나전을 비롯한 고려 후기의 우수한 공예 기술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보존 상태가 뛰어나고 나전 고유의 빛깔이 잘 남아 있으며 문양의 정교함이 돋보인다는 점에서도 높은 학술적ㆍ예술적ㆍ기술적 값어치를 지녔다.

 

크기는 세로 18.5cm, 가로 33.0cm, 전체 높이 19.4cm로 일반적인 고려 나전칠기 경함(經函)보다는 크기가 작은 편이다. 몸체의 앞, 뒤, 옆면에는 경첩이나 금속제 못을 박았다가 빼서 패인 흔적이 남아 있어 큰 경함을 작게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甘露王圖)」는 화기를 통해 1790년(조선 정조 14)이라는 제작 연대와 상겸(尙兼), 홍민(弘旻), 성윤(性玧), 유홍(宥弘), 법성(法性) 등 제작 화승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이다. 정조는 1789년 아버지 장헌세자(莊獻世子, 1735~1762)의 무덤을 화성으로 옮겨 현륭원(顯隆園)으로 조성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하는 절인 원찰(願刹)로 용주사를 세운 뒤 이곳에서 수륙재(水陸齋)를 열었는데, 이 수륙재에 쓸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 수륙재: 불교에서 물과 육지를 헤매는 영혼과 아귀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례

 

 

조성한 뒤 대웅보전에 모셔졌던 이 작품의 상단에는 불ㆍ보살의 강림을, 하단에는 음식을 베푸는 시식(施食) 의식과 무주고혼(無主孤魂, 자손이나 보살필 사람이 없어서 떠도는 외로운 혼령)을 그려 천도 의식을 통해 불ㆍ보살의 구제를 받아 망자가 극락세계로 가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화면 윗부분에는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했다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하나인 목련존자(木連尊者)를 그렸는데 이는 효(孝)사상을 강조하는 유교적인 표현이다. 무엇보다 화면 하단에 그려진 죽음의 장면 가운데는 18세기 풍속화를 연상시키는 여러 장면과 당시 유행했던 소설 삽화에 영향을 받은 표현이 있어 조선 후기 불화에 미친 일반 회화의 영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화성 용주사 감로왕도는 화면의 안정된 구도나 세부 표현 기법에서 완성도가 높으며, 18세기 후반 불화에 수용된 일반 회화의 양상만이 아니라 불교의 구제신앙과 유교의 효사상이 결합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정조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은 2015년 강원도 양양군 선림원터의 승방터(승려들이 거주하는 곳)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굴된 작품이다. 금동보살입상이 출토된 선림원은 통일기 신라 선종(禪宗)의 요람으로, 존속 기간이 길지 않지만, 9세기 불교사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긴 순응(順應, ?∼?), 염거화상(廉巨和尙, ?∼844), 홍각선사(弘覺禪師, 814∼880) 등이 머물며 그 계보를 이어간 역사적 의의가 큰 절이다.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광배와 대좌까지 온전히 갖춘 희귀한 사례며, 광배를 포함한 높이가 66.7cm로,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있는 발굴품 가운데는 가장 큰 보살상이다. 엎어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도금 상태로 볼 때 만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몰되었고, 1,100여 년이 지나 원래 봉안 장소에서 그대로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배와 대좌 장식 일부가 떨어져 나간 상태이지만 전체적으로 도금이 거의 벗겨지지 않아 상태가 양호하다.

* 광배: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성스러운 빛을 형상화한 것

* 대좌: 불상을 올려놓는 받침

 

보살상, 광배, 대좌, 영락 심지어 정병도 각각 별도로 만들어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제작하였으며, 머리카락은 남색 물감으로 칠하고 얼굴의 눈썹과 눈, 콧망울, 수염, 머리카락과 이마를 경계 짓는 발제선 등을 먹으로 그려 넣었다. 또한 보살상의 얼굴에서 보이는 도드라진 윗입술 표현과 입체적인 옷주름, 천의와 낙액(絡腋) 등은 9세기 보살상의 우수한 조형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 영락: 보살의 목이나 팔 등 몸에 걸치는 구슬로 꿰어 만든 꾸미개

* 낙액: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까지 대각선으로 걸쳐진 띠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은 여러 경전에 들어 있는 참회의 방법과 내용 등을 일정한 체계로 엮은 《자비도량참법》을 후대에 다시 교정하고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중국에서 전래한 고려 때부터 여러 차례 펴내 조선시대까지 많이 전파되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에는 조선의 문신인 김수온이 쓴 발문(跋文)이 남아 있어 이 책을 찍기 위한 목판을 1474년(조선 성종 5) 세조 비 정희왕후가 돌아가신 세종과 소헌왕후, 세조와 아들 의경왕(후일 덕종), 예종, 성종 비 공혜왕후 등의 극락천도를 기원하며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481년(성종 12)에 인쇄하며 적은 발문을 통해 예종 계비 안순왕후가 양조모(養祖母)인 신숙화(辛叔和)의 처 김씨의 영가천도를 위해 펴냈음을 알 수 있다.

* 발문: 본문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간행 경위 등을 간략하게 기록한 글

 

조선 왕실이 발원하여 제작을 주도한 왕실판본으로, 간행과 인출 시기 및 목적까지 명확해서 값어치가 있다. 현재 이 판본의 다른 불완전본이 보물로 이미 지정된 바 있는데, 이번 지정 예고 대상은 10권 5책의 완질본이고, 보존상태가 우수한 선본이므로 자료적 값어치가 므다.

 

국가유산청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등 4건에 대해 30일의 예고기간 의견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