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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인천아리랑 연가’ 공연, 관객을 찐팬으로

인천아리랑ㆍ봉산사자탈춤ㆍ줄타기ㆍ연희판놀음, 흥분의 도가니 되다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공연 펼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쑤 아라리요

인천 제물포 살기는 좋아도 외인 등쌀에 못살겠네

에구 데구 흥 ~ 성화가 났네 흥

단 둘이서만 살자는데 싫다아 흥

산도 설고 물도나 설은데 누구를 바라고 나 여기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쑤 아라리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쑤 아라리요

 

이는 19세기 말 개화기에 인천에서 불렸던 <인천아리랑> 가사다. 어제 11월 2일 낮 3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은 이 인천아리랑을 창작동기로 하여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우선 공연은 유인석ㆍ오지연이 진행자로 나서 재미난 재담과 함께 매끄러운 진행을 보였고, 총괄기획 서광일, 예술감독 오승재, 연출ㆍ대본 김병훈, 무대감독 정하규, 무대총괄 전승우가 함께 해 2시간의 공연이 어느새 끝난 줄 모르게 했다.

 

 

 

 

먼저 첫 번째 프로그램인 ‘벽사진경’에서는 조선명의 인천아리랑 노래로 시작하여 김재민ㆍ진기동ㆍ신선일ㆍ최민기가 출연한 봉산사자탈이 등장해 나쁜 액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오는 사자춤을 앙증맞게 선보여 객석을 자지러지게 하였다. 이어 ‘만선의 꿈’에서는 봉죽타령을 창작동기로 만든 곡과 춤이 어우러져 만선의 기쁨을 표현하고, ‘풍년의 꿈’에서는 장구 연주와 함께 농경문화의 상징인 김매기를 재현한 무대가 펼쳐졌다.

 

뒤이어 유진호ㆍ한용섭이 선보인 ‘줄 위의 광대’에서는 아슬아슬한 재미와 배꼽 잡는 재담으로 남사당놀이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줄타기를 선보였다. 특히 관객과의 소통을 매끄럽게 이어나가 공연자가 줄에서 내려올 때까지 끝없는 추임새와 손뼉으로 극장은 따나갈 듯했다.

 

 

 

 

그리고 ‘북판’에서는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남성의 힘과 기백을 표현하는 북춤이 무대를 장식한다. 중간중간 무대에 올린 전통춤과 창작춤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으며, 역동적인 사물놀이 공연도 관객들을 신명 나게 했다.

 

그러나 연희판놀이의 중심은 역시나 풍물굿이다. 인천의 노래와 함께하는 ‘연희판놀음’에서는 웃다리 판굿과 소고춤, 버나놀이 등 다양한 연희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흥겨움을 선사했다. 현란한 상모돌리기가 중심이 된 판굿은 풍물굿이 이런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준 한판이었다. 또한 버나돌리기에서는 관객들을 무대에 올려 버나돌리기를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져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연희판놀음으로 몰고 간 공연은 마지막으로 관객과 인천아리랑을 함께 부름으로써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는 기쁨도 연출했다.

 

최근 다녀본 몇몇 국악 공연을 보면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출연자의 등장과 공연이 어수선한 것은 물론 출연자들도 실수를 연발하는 경우를 보았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어째서 <잔치마당>이 창단되어 32년 동안 끊임없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지 증명하고 남았다. 공연을 적당히 진행하고서는 관객의 호응을 끌어낼 수가 없다. 프로 정신으로 연희한바탕에 맞는 진행을 펼치고, 손꼽히는 능력의 출연자를 무대에 올리면서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도록 매끄럽게 무대연출을 하는 등 이날 공연이 수준급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갈산2동에 왔다는 한나리(48) 씨는 “그동안 짜증 나는 일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확 풀었다. 이렇게 연희한마당이 관객을 꼼짝 못 하게 할 줄이야 미처 물랐다. 그동안 <잔치마당>의 이름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진행이나 출연자도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이제 오래도록 <잔치마당>의 찐팬으로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입동을 눈앞에 둔 11월의 첫 토요일, 관객들은 ‘연희판놀음 인천아리랑 연가’ 공연에 흠뻑 빠져 한참 동안 극장을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