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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땅주릅'은 '땅즈름'에서 온 듯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땅주릅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맑은 하늘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 쬐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많이 더울 거라는 날씨알림을 들으며 일터로 왔습니다.

 

해가 뜰 때부터 햇볕을 받는 땅이 가장 먼저 더위를 느낄듯 합니니다.

 

이런 '땅을 사고파는 일에 흥정을 붙여 주는 사람'을 '땅주릅'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공인중개사'가 그런 일을 맡아서 하고 있지요.

 

저는 이런 말을 보면 좀 갑갑합니다. '땅'은 누구나 잘 아는 말인데 '주릅'과 '사고파는 일에 흥정을 붙여 주는 일'이 잘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어제 알려드린 '땅켜'는 '땅'과 '켜'를 더해 만든 말인 것을 얼른 알 수 있는 것과 달라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말집(사전)을 뒤져 보곤 합니다.  '땅주릅'은 '땅+주릅'의 짜임으로 된 말입니다. '주릅'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흥정을 붙여 주고 보수를 받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옛날에는 '가린줌어니', '즈름', '즈름아비'라는 말을 썼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주릅'을 옛날에는  '즈름'이라고 했다는 것을 알 수있습니다. 하지만 '즈름'과  '흥정을 붙여 주는 것'이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날 말짜임을 바탕으로 '즈름'이라는 말의 짜임을 생각해 보면 '즈르다'는 움직씨가 있었을 것이고 '즈르다'의 줄기 '즈르'에 이름씨를 만드는 'ㅁ'을 더해 '즈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즈르다'는 말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어떤 말과 이어질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흥정을 붙이다'는 뜻과 이어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말은 '지르다'였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지르다'의 여러 가지 뜻 가운데  '(불을) 붙게 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것과 '흥정을 붙이다'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땅주릅'이라는 말은 '땅즈름'에서 왔을 것입니다.

 

'주릅'의 옛말이 '즈름'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지르다'의 옛말은 '즈르다'였다고 어림을 할 수 있고 '즈르다'에서 '즈름'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덤으로 '집을 사고 파는 사람들 사이에 흥정을 붙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집주릅'이라고 하는데 같은 뜻으로 '집주름'이라는 말도 말집에 올라 있습니다. 이는 말밑(어원)을 똑똑히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의 짜임새를 좋게 하는 쪽에서 말밑을 따져보고 하나씩 바로잡아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잘 쓰고 있는 '지르다'의 이름씨꼴 '지름'에 '흥정을 붙여 주고 삯을 받는 것을 일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쓸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지름', '땅지름', '집지름'과 같은 말로 다듬어 쓸 수 있겠죠.

 

옛말을 살려 '즈름'에 같은 뜻을 담아 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즈름', '땅즈름', '집즈름'과 같은 말로 다듬어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의 더 나은 말씀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