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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리 절터, 흙으로 빚은 부처님 형상

고구려 소조 불상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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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소조 불상은 흙으로 빚은 부처님의 형상입니다. 원오리(元五里) 절터에서 출토된 소조 불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고구려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소조 불상의 특징

 

부처님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흙으로 만든 부처님은 소조(塑造) 불상, 나무로 만든 부처님은 목조(木造) 불상, 돌로 만든 부처님은 석조(石造) 불상이라고 합니다, 동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고 표면에 도금한 금동(金銅) 불상, 그리고 흙으로 부처님을 만들어 삼베[麻]로 감싼 뒤 옻칠을 하고 칠이 굳으면 다시 흙을 제거하는 건칠(乾漆) 불상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소조 불상은 조형 재료로 점토를 사용하는데 재료의 특성상 물기가 마르면 수축하여 변형과 균열이 생기고 결국에는 부서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 탓에 지금까지 완성된 형태로 전하는 소조 불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출토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보면 부처님 형상을 만들 때 흙을 널리 이용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흙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하는 경제적인 재료였기 때문에 소조 불상은 값싸고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소조 불상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해지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는데, 이는 부처님 형상을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고구려 소조 불상의 발견

 

1932년 평양 서북쪽에 있는 만덕산 서남쪽 기슭에서 이불(泥佛), 곧 소조 불상이 발견되었습니다. 1937년, 이 근처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구려 절터가 확인되었으며 많은 소조 불상이 출토되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원오리 절터입니다.

 

이 발굴로 고구려 절터가 처음으로 확인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원오리 절터에서 출토된 부처님 204점, 보살 108점 합쳐서 312점의 소조 불상 조각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으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소조 불상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표면에 흰색으로 바탕칠을 한 흔적이 남아 있어서 채색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불상 파편을 자세히 관찰하면 부처님과 보살의 형태나 크기가 거의 비슷한데, 틀을 사용하여 대량으로 찍어내는 틀 찍기 기법이 활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대동강가에 있는 평양 토성리에서 소조 불상을 찍었던 틀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원오리 절터에서 이용한 불상의 틀로 보이는 거푸집[范] 파편이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흙이 재료이기에 가능한 불상 제작 방법이었습니다.

 

원오리 소조 불상의 값어치

 

원오리 절터 소조 불상의 아래쪽에는 나무젓가락 같은 막대기를 꽂을 수 있는 구멍이 있습니다. 아마도 바닥과 불상을 고정하기 위한 장치로 추정됩니다. 또한 바닥에는 대량 생산된 불상의 수량을 헤아리기 위한 표식 같은 명문도 새겨져 있습니다. 소조 불상이 절의 어느 공간에, 어떻게 모셔졌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원오리 절터 소조 불상은 고구려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앞으로 평양 인근 고구려 절터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고구려 불교문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소조 불상의 또 다른 장점은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형상을 만드는 사람(조각가)에게 소조 불상은 다른 재료보다 부담이 적고 자신의 조각 솜씨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최고의 재료가 아니었을까요? 고구려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원오리 절터 소조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김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