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12월 18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에서는 <제주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 100호전 : 곳에서, 곶으로>가 열리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 자리 잡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제 하나의 숲을 이루었다. 2018년 문을 연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는 도내 유일한 민간 창작단지로서 지난 7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 왔다. 이번 오백장군갤러리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 100호전 <곳에서, 곶으로>는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한 전시로, 작가들이 함께 일구어낸 창작의 지형도를 웅장한 규모로 펼쳐 보이는 자리다.
'곳'은 단순한 물리적 좌표가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숨 쉬고 사유하며, 창작의 씨앗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의 거처다.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세상과 대화하면서도, 제주라는 장소가 선사하는 독특한 시간의 결을 함께 경험해 왔다. 바람이 머무는 시간, 돌이 품고 있는 무게, 계절이 그려내는 선과 색들 - 이 모든 것들은 서로의 호흡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창작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곳은 '곶'으로 확장된다.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곶’은 생명들이 서로 기대고 엮이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공간이다. 37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저마다의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지만 뿌리는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창작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게 될 서양화, 한국화, 판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37점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조형언어와 매체적 실험을 보여주면서도, 공통된 감각의 지층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성급하게 완성을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충분히 머물고 관찰하며, 작품이 스스로 생성되는 시간을 기다려준 흔적들이다. 캔버스 위의 붓질 하나, 먹의 번짐 하나에도 작가들이 경험한 제주의 습도와 온도, 빛의 각도와 바람의 질감이 스며있다.
이러한 작품들이 오백장군갤러리라는 공공의 장소에서 선보이게 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민간 창작단지가 축적해 온 예술적 실험과 공공 전시공간이 지닌 열린 승강장폼이 만나는 이 지점은, 예술인 창작지원의 새로운 본보기를 제시할 것이다. 이는 공공과 민간이 서로를 보완하며 지역 예술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협력적 관계의 시작이며, 창작의 자율성과 공공의 값어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민간 창작단지로서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가 추구해온 값어치는 명확하다. 성과의 속도보다 과정의 깊이를, 완성의 압력보다 탐구의 자유를, 획일적 경향보다 다양성의 공존을 소중히 여겨왔다. 이는 단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창작자가 자신의 내적 시간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었다.
앞으로 담소미술창작스튜디오가 제주라는 섬이 지닌 고유한 시간성을 보다 넓은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임을 기대한다. 이번 전시는 그 여정의 첫 이정표이자, 지역 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곶자왈 깊숙이 자리한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펼쳐진 특별한 숲으로 초대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거닐며, 각 작품이 품고 있는 시간의 켜를 만나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분도 자신만의 호흡을 발견하실 수 있기를 희망한다.
관람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ㆍ군경은 3,000원이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전화(064-710-7734)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