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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추운 겨울날, 유리창에 핀 꽃을 본 적 있으시죠?

[오늘 토박이말]서리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추운 겨울, 밖의 찬 공기와 맞닿은 유리창을 보면 하얗게 얼어붙은 무늬들을 보곤 합니다. 과학 시간에는 '수증기의 승화'나 '결빙' 현상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꼼꼼하고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그저 '유리창에 성에가 끼었다'거나 '얼음이 얼었다'는 말로 퉁치기에는 어딘가 아쉽습니다. 붓으로 세밀하게 그리기도 어려울 듯한 그 모습을 설명하기엔 많이 모자라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쓰시던 토박이말 '서리꽃'을 떠올려 봅니다.

 

'서리꽃'은 '유리창 따위에 서린 김이 얼어서 꽃처럼 엉긴 무늬'를 뜻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말 속에 들어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흙이 키워내지만, 이 꽃만큼은 가장 맵찬 추위와 딱딱한 유리가 키워낸다는 점입니다.

 

 

"창문에 성에가 잔뜩 꼈네, 춥겠다"라는 걱정 섞인 말보다, "밤새 창문에 서리꽃이 활짝 피었네"라고 말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삭막한 겨울 풍경 속에서도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결빙'이나 '응결'이 과학의 언어라면, '서리꽃'은 차가운 현실조차 시로 승화시켰던 우리네 삶의 말인 셈입니다.

 

차갑고 시린 오늘, 아무리 둘러봐도 삭막하기만 한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흙 한 줌, 볕 한 줌 없는 유리벽 위에서도 기어이 피어나는 저 서리꽃처럼, 오늘의 시련이 우리를 더 투명하고 아름답게 빚어내고 있는 과정이라 여겨보면 어떨까요?

 

오늘 아침,  소중한 사람에게 문자 하나 남겨보세요.

"날이 많이 춥죠? 춥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서리꽃처럼, 당신의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차가운 유리창에 핀 꽃을 녹이는 건 햇살이지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건 결국 우리의 살가운 말 한마디입니다.

 

[오늘 토박이말]

▶서리꽃 [명사]

유리창 따위에 서린 김이 얼어서 꽃처럼 엉긴 무늬

 

[여러분을 위한 덤]

겨울 아침의 풍경을 나타낼 때, "유리창이 꽁꽁 얼어붙어 밖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메마른 표현 대신 이렇게 써보세요.

"밤새 추위가 다녀간 흔적일까. 유리창 가득 피어난 하얀 서리꽃 너머로 희미한 아침 해가 번지고 있었다."

글을 읽는 순간, 차가운 공기의 냄새와 함께 신비로운 느낌을 함께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