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제81회 식목일을 맞아 김광계(金光繼, 1580~1646)의 《매원일기(梅園日記)》를 통해 조선시대 선비의 각별한 꽃 사랑과 그 속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를 조명한다. 김광계는 스스로 ‘매화 동산’이라는 뜻의 ‘매원(梅園)’이라 할 만큼 꽃과 나무를 가까이한 인물로, 식물을 돌보는 기쁨과 위안을 일상에서 실천했다. 그의 기록은 식목(植木)을 단순히 나무를 심는 일에 그치지 않고, 생명을 가꾸며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이웃과 기쁨을 나누는 일로 확장해 보여준다. 이번 식목일, 한국국학진흥원은 김광계의 기록을 통해 ‘마음의 식목’이 지닌 의미를 함께 되새기고자 한다.

7년을 기다려 꽃을 피우고 지는 꽃에 밤잠 설치는 식집사
김광계는 꽃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았다. 1609년 그는 아름답게 핀 분매(盆梅, 화분에 심은 매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뒤, 자신만의 분매를 기르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을 기울였다. 마침내 1616년, 추운 겨울 매화 화분을 따뜻한 방 안에 두고 세심하게 돌본 끝에 꽃봉오리를 피워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식물을 보살피고 기다린 기록은 김광계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각별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비바람에 떨어지는 산꽃을 아까워한 대목에서는 식물을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여긴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분명 반려동물을 키우듯 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 ‘식집사(植執事)’였음이 분명했다.
‘꽃멍’으로 완성되는 조선판 일상 해독제(디톡스)


김광계에게 꽃은 일상의 기쁨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위안이었다. 그는 도산서원에서 며칠간 이어진 문집 교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활짝 핀 매화를 바라보며 피로를 달랬다. 저녁 무렵에는 정원을 거닐며 앞산에 핀 꽃을 바라보았고, 몇 송이 남지 않은 매화를 책상 위에 두고 오래도록 감상하기도 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불멍’(불꽃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고 안정감을 얻는 시간)과 같은 방식으로 쉼을 찾듯, 김광계는 뜰을 거닐며 꽃을 바라보는 ‘꽃멍’의 시간 속에서 일상의 번다함을 내려놓았다. 《매원일기》 속 꽃은 조선 선비의 정서와 일상을 비추는 동시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쉼과 위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매화 친목 동아리’
김광계의 정원은 꽃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매화가 탐스럽게 피면 친척과 벗들을 초대해 술과 음식을 나누며 꽃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했다. 꽃은 단지 아름다운 경관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잇고 정을 나누게 하는 매개였다. 특히 아내를 잃고 상심에 빠진 제부를 초대해 함께 꽃을 감상한 기록에서는, 정원이 슬픔을 위로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꽃향기 가득한 정원에서 나눈 시간은 말보다 깊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김광계에게 식목(植木)은 단지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라, 정성으로 생명을 돌보고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누며 자신의 마음까지 살피는 일이었다”라며, “이번 식목일에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를 가꾸는 작은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돌아보고 주변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