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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술 한 잔에 취한 일왕과 <정종>이야기

[맛 있는 일본이야기]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저는 퇴근길에 가볍게 따끈한 오뎅국물에 정종 중탕 한 잔 해서 먹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제가 일본 술을 좋아 하는 까닭은 추울 땐 따뜻하게 데워 먹고 더울 땐 시원하게 해서 마실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추운겨울에 복어 지느러미를 살짝 태워 넣은 히레정종도 약간 비리면서 고소한 맛이 나는데 향이 좋습니다. -다음- 

오뎅과 정종 문화는 어느새 깊숙이 우리 사회 속에 뿌리내려 퇴근길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듯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종(正宗)을 정의하기를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 일본 상품명이다. 청주(淸酒)’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일본 상품명은 맞지만 일본식으로 빚은 술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 국정종(기쿠마사무네) 누리집 한국어판

차라리 한국의 맑은 술 청주와 같다.’라고 하는 게 알기 쉽다. 그럼 청(淸酒)란 무슨 술인가? 말 그대로 맑은 술이란 뜻으로 탁주를 빚어 농익은 술독에서 떠낸 맑은 술을 말한다. 일본술의 과정을 보면 삼국시대에 우리의 기술을 전수받아 우리와 같이 청주를 만들다가, 근래에 청주의 제조법에 근대과학을 접목시켜 일본 고유의 술로 발전시킨 것이 일본 술 정종이다. 

우리나라엔 일제강점기에 마산에서 생산한 大典正宗’, 부산의 櫻正宗’, 인천의 瓢正宗등의 상표가 있었다. 앞부분에 있는 大典’ ‘등은 술을 만든 회사나 가문을 나타내는데 이 부분을 떼어버리고 정종만을 부르게 된 데서 유래한 것이 정종이다. 따라서 일본 술집에 가서 정종을 뜻하는 마사무네(正宗)’만을 말한다면 종업원은 다시 물을 것이다. 무슨 마사무네를 찾느냐고 말이다. <櫻正宗><사쿠라마사무네 :さくらまさむね>,<菊正宗><키쿠마사무네:きくまさむね>로 모두 일본에서는 유명한 정종이다.  

술 이야기가 나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일본 교토의 마츠오대사(松尾大社)이다. 延喜式, 헤이안시대 중기-905년에 펴낸 법령집)에 따르면 이 신사는 명신대사(名神大社)로 뽑혀 당시 이름 높은 22() 4위의 자리를 차지했고, 일조왕(一条天皇, 980~1011)을 비롯하여 많은 역대 왕들이 직접 이곳에 행차하여 제사나 기우제를 지내는 등 황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 일본술 정종은 차거나 뜨겁게 해서 마신다. 왼쪽은 차게, 오른쪽은 뜨겁게

이러한 마츠오대사를 일군 사람들은 한국계 하타씨(秦氏)들이다. 이곳은 일본 전국 제일 술의 신(酒神)을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양조업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우러러 받들어지고 있는 신사다. 전국 1,300여 사에 이르는 말사(末社)를 거느린 방대한 규모의 신사로 연중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서기 712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책 고사기(古事記중권 응신왕 조에는 한반도의 수수코리(須須許里)가 천하의 명주를 빚어 일왕에게 헌상했는데 이 술을 받아마신 왕은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수수코리가 빚은 술에 나는 완전히 반했네. 무사평안을 기원해주는 술, 너무 즐거워 웃고 싶어지는 술에 나는 완전히 반했다네 (須須許里みし御酒我酔ひにけり事無酒笑酒我酔ひにけり).  

일왕이 반할만 한 술의 장인 수수코리를 배출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렇게 전수된 천하의 명주는 대대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으나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기를 보낸 조선은 술 종주국자리를 잠시 접어 두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술 전통의 나라답게 지역마다 빚는 재료와 방법을 살려 각양각색의 술이 재현되고 있다. 소주, 막걸리, 청주 등 다양한 전통술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일개 상표에 불과한 정종이란 말은 이제 털어버릴 때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