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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Healing) & 힐링(Hilling) _# 1

나를 북돋아 바로 세우는 힐링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요즘은 힐링(Healing)이 대세인가 보다. 치유라는 뜻의 외래어인데 아마도 구체적인 시술을 하는 치료(Treatment)와는 구분을 두고 있는 용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치유음악회를 하자는 청이 제법 많다. 아마도 우리 부부가 부르는 노래 가사들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치유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느끼는가 보다.
 
그런데 힐링(Healing)이 유행하다 보니 아무 상관없는 듯한 내용에 치유 또는 힐링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또 상업적 마케팅을 위한 용어로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 걸 보면 이쯤에서 영어로 힐링이 뭘까 한번 의미 있게 생각해 본다.

   
 
 
힐링이라는 용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수 년 전 내가 공연기획 시안에 영어로 Hilling이라고 썼더니 아내가 이를 검토하면서 철자가 틀렸으니 Healing으로 고치라는 것이었다. 나의 영어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나는 힐링이란 것이 언덕(Hill)처럼 내 주위를 북돋우어 바로 세워주고 기분을 업(Up)시켜주어 그러다 보면 병도 자연스레 나아지겠거니 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정말 궁금하여 영어사전을 펼쳐보았더니 Healing은 치유 그리고 Hilling은 배토 또는 북돋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Healing(치유) 보다는 Hilling(배토 또는 바로 세우기)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요즘 나는 치유(Healing)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치유(Healing)음악회를 하게 되면 말 그대로 그 관객들은 모두 치유 받아야 할 비정상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들을 환자취급 하는 것은 큰 결례가 아니겠는가. ^-^~
 
치유음악회란 실제로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의 임상적 명칭으로 적절하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기가 환자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에 내 개인적으로는 환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라도 치유음악회라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다른 적절한 명칭을 만들어 쓰기를 좋아한다. (^^~~ 장애인이 아니면 못 들어가는 장애인을 위한 음악회, 환자가 아니면 못 들어가는 치유음악회란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근래에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회도 많다. 포스터나 현수막으로 소외계층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사업이라고 명분을 명시하여 행하는 행사에 참여하기가 왠지 나는 꺼려진다. 거기 오는 사람들 자신이 소외계층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얼마나 그 개개인을 더 비참하게 하는 것은 아닐지... (소외된 이들이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은 그들이 그저 일반인으로 인정받고 입장하는 음악회가 더 좋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그러나 나를 북돋아 바로 세우는 힐링(Hilling)은 그 출발부터가 건강한 것이 좀 다르다. 농업용어로 힐링(Hilling)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식물이 혹시나 빗물에 흙이 파여 쓰러지거나 바람에 넘어가지 않도록 농부가 주변에 흙을 돋우어 주고 바로 설 수 있도록 작업을 한다는 용어이다. 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해 이러한 예방차원의 힐링(Hilling, 북돋음) 개념이 더 호소력 있고 또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 우리가 북돋아야 할 힐링(Hilling)의 대상은 환자나 소외계층까지 당연히 포함되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대상은 그저 보통사람들이라는 확신이 선다. 병원에서 피곤 속에 일하는 의료진이나 직원들, 소외계층이나 장애인시설의 지친 봉사자들, 학생을 가르쳐야 할 맥 빠진 선생님들, 거듭 새로 나야 할 성직자들, 기업의 일반 사무원이나 노무자들 그리고 나라의 허리역할을 하는 중산층 그리고 앞으로 사회의 리더가 될 사람들이 더욱 건강하게 바로 설 수 있도록 문화적 힐링(Hilling) 프로그램이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발상으로 복지나 문화정책의 대상이 환자, 소외 빈곤층 등 실적위주와 명분위주로 가기보다는 비록 명확히 구분되어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의 다수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차원의 문화예술 복지정책과 이러한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현명한 안목 또한 아쉽다.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