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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표준국어대사전≫, 누구 책임인가?

[편집국에서]

[그린경제=김영조 편집국장]  최근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은 인물과사상사를 통해서 ≪오염된 국어사전≫이란 책을 내놨다. 이 책은 2010년 역시 인물과사상사에서 나온 ≪사쿠라 훈민정음≫의 후속편이다.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찾아내 확인한 ≪사쿠라 훈민정음≫에서 진일보한 ≪오염된 국어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오염시킨 일본어를, 특히 민족자존심을 해치는 말들을 찾아 그 까닭을 설명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대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예를 들어보자. 먼저 우리는 김연아가 세계를 제패했을 때 “국위선양”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명치정부 곧 일본을 세계에 알릴 때 쓰는 말이다. 어디 김연아가 일본을 세계만방에 떨친 것이냐고 지은이는 힐난한다. 그런가하면 “국민의례”는 모든 공식행사를 하기에 앞서 꼭 하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말도 역시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었음을 고발한다.  


그런데도 ≪표준국어대사전≫은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일반 국민이 그 말들을 무심코 쓰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어정책을 이끌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국어사전이 이렇다면 그 누구 말대로 ≪표준국어대사전≫ 불태워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이 인물과사상사를 통해서 펴낸 ≪오염된 국어사전≫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국어학자들이 펴낸 사전이 그렇게 엉터리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며, 이후에도 수많은 국어학자들은 이를 가려내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데 기가 막힐 뿐이다. 더구나 많은 한글단체들이 존재함에도 그들은 뭘 했다는 말인가? 


혹시 학자들이나 단체들이 국립국어원에서 지원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까봐 알면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문제를 파헤칠만한 학문적 자질이나 우리말에 사랑이 없는지 알 수가 없다.  


지은이는 말한다. ≪사쿠라 훈민정음≫을 펴냈을 때 아무개 한글단체장을 만나서 책을 주고 설명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단체장은 감탄만 했을 뿐 이 책을 알리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은이는 ≪사쿠라 훈민정음≫ 펴낸 직후 국립국어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고칠 것을 주문했지만 예산타령만 늘어놓았다고 했다. 나라의 근간인 국어사전이 잘못됐는데도 예산타령을 했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때 지은이는 자신이 자원봉사로 돕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묵묵부답이었다고 지은이는 분통을 터뜨렸다. 


근대기 우리말글의 발전에 큰 획을 그은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고 했다. 한 나라가 발전하고 세계에 우뚝 서려면 그 나라의 국어가 바탕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2007년 한국에 온 중국 연변대학교 김병민 총장은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여기서 말은 타는 말(馬)과 함께 사람이 하는 말(言)을 뜻하는 이중어법이었다. 만주족이 자기 말을 버렸기에 나라도 민족도 없어졌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우리말을 소홀히 여기고 영어와 일본말의 식민지가 되도록 놔둔다면 우리도 만주족 같은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명동에, 압구정동에, 종로에 나가면 영어간판 천지이다. 이렇게 되도록 우리는 뭘 했단 말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이 저리 민족자존심을 팽개친 사전이 된 데는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을까?  


정성이 없는 국어학자들이나 한글단체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 이제라도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다. 나서서 국립국어원을 꾸짖고 하루빨리 ≪표준국어대사전≫이 제대로 된 사전으로 거듭 나도록 다함께 뛰어야 할 때다.